동강할미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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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할미꽃
  • 박원 작가
  • 승인 2020.03.2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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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할미꽃이 전하는 봄소식
동강할미꽃

 동강가 벼랑에는 동강할미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동강에 오면 늘 가슴이 먹먹해진다. 강과 산이 절경을 이루고 오랜 침식으로 석회암이 마모된 강 기슭에는 동강할미꽃이 자란다. 그 꽃이 예쁜 탓도 있지만 강 앞에만 서면 한동안 말을 잊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저 강이 너무 푸르고 무심하기 때문이다. 지극히 사모하고 그리워하는 이가 옆을 지나면 느낄 수 있는데 저 강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흐른다. 세상을 살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이름을 부르고 외쳐도 응답 없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동강은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눈길이라도 줄 법 한데 그렇지 않다.  

그래서 야속하다.

대원군(1820 ~ 1898)은 경복궁을 중수하면서 많은 목재를 조달했는데 강원도 영월 주위에서 소나무를 벌채해서 강물을 따라 실어 날랐다. 당시에 뗏목을 한 번만 운반하면 일 년을 먹고살 운임을 받았다고 한다. 떼돈을 번다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강물에 뗏목을 띄우고 그 위에서 먹고 자면서 강을 내려가는 일은 무척 위험하고 고단했다. 많은 이들이 강물에 휩쓸려갔다고 한다. 목재를 운반하고 돌아오는 길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길가에는 이들의 돈을 노리는 주막이 늘어서 있었고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이들은 주색과 노름에 빠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남자들이 집에 돌아왔을 때는 목숨을 걸고 번돈은 모두 탕진하였고 다시 빈털터리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님을 떠나보낸 이곳 여인들은 동강가에서 속절없는 사람을 기다리며 가슴 아파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