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쓴 시(偶成)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소년이 늙기는 쉬워도 학문을 이루기는 어려우니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아주 짧은 시간조차도 하찮게 여길 수가 없어라
미각지당춘초몽(未覺池塘春草夢)/연못가에서 봄에 나는 풀의 꿈이 채 깨기도 전에
계전오엽이추성(階全梧葉已秋聲)/섬돌 앞의 오동나무 잎이 벌써 가을 소리를 낸다
*촌음(寸陰)의 시간
중국 남송 시대의 유학자 주희(朱熹: ‘朱子’라고도 함)의 시입니다. 그는 ‘격물치지(格物致知)’, 즉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 들어가면 앎(知)에 이를 수 있다는 ‘성즉리설(性卽理說)’를 확립하여 성리학을 집대성하였는데, 그의 이름을 따서 그런 학문을 ‘주자학’이라고도 합니다.
역시 성리학자 다운 시로, 그 의미가 자못 철학적 깊이를 느끼게 해줍니다. 이 시에서 그의 학문적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촌음의 시간도 아끼지 말고 학문에 몰두해야 한다는, 그래서 사물의 이치를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 비로소 진정한 앎에 이르게 된다는 그의 ‘격물치지’ 이론이 이 시에서도 안개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는 푸른 산처럼 비치고 있습니다.
앞의 1·2구는 ‘논리’이고, 뒤의 3·4구는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자연의 이치를 갖다 붙인 ‘설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3·4구가 없다면 1·2구의 논리는 무덤덤한 말에 지나지 않을 것인데, 그럴듯한 자연의 현상을 보여줌으로써 촌음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완벽성과 절묘함이 이 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희는 학자이자 시인으로 우뚝하게 설 수 있다는 것을 이 한 편의 시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