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까치꽃
상태바
봄까치꽃
  • 박원 작가
  • 승인 2020.02.21 17: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님의 동공을 닮은 꽃
봄까치꽃
봄까치꽃

벌써 큰개불알풀이 만개하고 있습니다.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한귀퉁이 양지바른 곳에 피고 있었습니다. 이 꽃은 이름 때문에 유명합니다. 일본명 오오이누노 후쿠리(オオイヌノフグリ:大犬の陰嚢)를 번역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말에 없는 동식물 이름은 이웃나라 이름을 차용하는 것은 이름을 짓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런데 아름답고 고운 우리 이름을 두고 외국명을 가져오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됩니다.

특히 민족 감정이 정리되지 않는 일본명을 따라 쓴다는 것은 자존심이 용납지 않습니다. 개불알풀은 원래 우리나라에 자라는 고유종으로 봄까치꽃이라고 불렸습니다. 이 이름을 해괴한 일본명 개불알풀로 차용하고나니 큰개불알풀, 눈개불알풀, 선개불알풀로 차례차례 속명으로 이어 붙이게 되었습니다.

봄까치꽃은 근거가 없다거나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식물 이름은 시인이나 작가가 붙인 이름이 가장 좋습니다. 그만큼 빨리 확산되고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어떤 식물 관계자가 저 식물을 개불알풀이라고 부를 때 시인 이해인 수녀는 봄까치꽃이라 노래한 것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까치는 우리 주위에 흔한 동물로 까치밥나무, 까치무릇, 까치깨, 수까치깨, 까치수영 등으로 식물 이름에 자주 쓰이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일본사람들은 저 꽃의 열매를 보고 개불알을 연상했습니다. 우리는 꽃을 보며 까치를 연상했습니다. 까치는 새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이르다'는 뜻을 지닙니다. 까치설날은 설 하루 앞선 날입니다. 까치무릇은 무릇 중에 가장 일찍 핀다는 뜻입니다. 까치무릇은 산자고의 다른 이름인데 무릇이나 상사화, 석산과 같은 꽃 중에서 가장 일찍 핍니다. 까치수영이 있는데 수영은 벼 이삭 같은 곡식 타래를 이릅니다. 까치수영은 이렇게 생긴 꽃이고 가장 일찍 6월에 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