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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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0.02.1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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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권의 책

 

저자는 동네에서 조그만 아이들 도서관을 운영한다. 말이 도서관이지 저자의 표현대로 거의 놀이터 수준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저자의 생각이 도서관 운영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이들은 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오지 않는다. 그저 놀러 온다. 저자가 그걸 인정하고 그렇게 대한다. 아이들은 책에 둘러싸여 놀다가 아이들도 모르는 사이 책을 갖고 놀게 되면서 책 속으로 들어간다. 저자의 ‘계산된 책 읽기 유도’라기보다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든 저자의 배려다. 책을 읽어보면 저자가 그런 얄팍한 수법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오히려 아이들에 대한 저자의 철학과 애정이 대단하고 눈물겹다.

자신이 아는 것은 아무 것도 모른다는 사실뿐임을 기억해야

이 땅에 아이를 기르는 엄마들은 반드시 한번 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부모들이 가르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이들은 이미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그들의 할 일과 재능을 모두 갖고 오는 것이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태어난다. 노는 방법이 각자 다르고 놀이를 통해 자라고 놀이를 통해 성장한다. 그러면서 놀이다운 일을 통해 자립하며 살아간다. 그게 이 땅에 태어난 생명의 책무이며 그렇게 사는 것이 곧 행복이다. 부모의 역할은 그것을 지원하고 격려하고 그들이 소명을 실천할 수 있도록 같이 놀아주고 북돋아 주는 일뿐이다. 부모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어리석음이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잘못된 부모 강박 의식이다. 부모들은 아이가 머리가 좋아지는 일에 시간과 돈을 퍼부으면서 이 아이들을 가르친다. 정작 아이는 스스로 알고 싶은 걸 생각할 힘도 자신감도 잃어버린다. 우리가 두려워할 일은 그러는 가운데 아이가 정작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잊어버리는 일이다. 이 땅의 많은 사람이 그렇게 교육받고 그렇게 자라면서 정작 나중에 사회에 나갔을 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된다. 평생을 누군가에게 지시받고 훈련받아온 결과가 결국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지 못하는 인생을 만들어 낸 것이다.

사회와 함께하겠다는 실천이 지식인을 만든다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잘못 가운데 하나가 젊은 사람에게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생각은 되지도 않은 말로 이어지고 그것은 오히려 갈등과 억압만을 유발할 뿐이다. 모든 어른은 자신이 아는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뿐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말을 죽을 때까지 명심하고 살아가야 한다. 나이란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쌓이는 연륜인데 그런 나이를 갖고 뭐를 가르치겠다고 잘못된 유세를 부리지 말아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 저자는 확고한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느티나무 도서관이라는 책방을 통해서 이를 실천하고 있다.

지식인이란 의식과 지식만을 가진 사람을 말하지 않는다. 사회와 함께하겠다는 실천이 그를 지식인으로 만든다. “혼자서 열 걸음 가기보다는 열 사람이 한걸음 가는 게 낫다.”는 저자의 말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저자의 이런 생각은 우리가 모두 배워야 할 생각들이다. 아무리 책 읽기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실천하지 않는 것은 허위이거나 반쪽에 불과한 것이다. 앞으로 결혼을 하게 될 내 자식들에게 좋은 부모로 살아가라고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박영숙/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