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 한편
그리움엔 길이 없어
박태일
그리움엔 길이 없어
온 하루 재갈매기 하늘 너비를 재는 날
그대 돌아오라 자란자란
물소리 감고
홀로 주저앉은 둑길 한끝
<사랑의 아포리즘>
-잴 수 없는 그리움의 거리
사랑의 이면에 이별이 있다. 어쩌면 사랑과 이별은 손바닥 뒤집기처럼 쉬울 수도 있지만, 그 손바닥과 손등의 거리를 잴 수 없으므로 그리움은 더욱 깊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랑을 잃고도 어디론가 그리움의 엽신(葉信)을 띄운다. 돌아오지 않는 강을 바라보며 ‘둑길 한끝’에 서서 ‘하늘 너비를 재는’ 재갈매기 같은 기약 없는 그리움의 날갯짓을 할 뿐이다.
-사랑의 크기를 알 수 없듯이, 그리움의 거리 또한 잴 수 없다. 화답이 없는 그리움일수록 메아리조차 돌아올 수 없는 먼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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