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동 삼성출판박물관 「책을 펴내다」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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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동 삼성출판박물관 「책을 펴내다」 기획전
  • 황사국 기자
  • 승인 2020.02.03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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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출판사 100년전

구기터널 입구 삼거리에 있는 삼성출판박물관에서는 「책을 펴내다 우리 근현대 출판사 100년」이라는 기획전시전이 열리고 있다. 삼성출판박물관이 근현대 출판문화 100년 동안 출판의 역사를 조감하기 위해 우리 근현대 출판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출판사들의 출판도서를 살펴보고자 마련한 기획전시다.

출판 생태계에서 보면 출판사는 책의 기획과 생산을 맡은 출판·독서문화의 축과 중심이다. 출판사는 저자, 번역자, 독자, 인쇄, 제본, 도서유통, 도서관, 정부의 관련 정책 사이에서 시대적 중심축 hub일 수밖에 없는 태생적 운명체이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출판한 도서들을 살펴보는 것은 시대의 역사성을 바로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 기획전시전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전시전은 근현대 출판 100년의 역사를 근대 출판의 시작~해방 전, 해방 후~1950년대, 1960~1970년대 세 시기로 나누어 그 시기에 출판된 도서들을 원본 그대로, 누렇게 색이 바랜 책 그대로 전시하고 있다.

근대 출판의 시작~ 해방 전에서는 1897년 고유상이 세운 회동서관의 ‘자전석요’를 비롯해서 광학서포, 박문서관, 정음사등 12개 출판사의 43개 도서가 전시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1934년 회동서관에서 발행한 김두봉이 지은 ‘깁더 조선말본’이다. 한글 학자 김두봉이 1916년 편찬한 한글 문법책 조선 말본을 중국 상하이에서 1922년 수정 증보판으로 출간한 것인데 책 제목 앞에 붙어있는 ‘깁더’ 라는 말이다. 처음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말이었는데 ‘깁고 더했다’는 뜻이라는 해설을 보고 고개가 끄떡여진다. 기자가 재밌게 생각하는 점은 요즘 특히 젊은이들이 말이나 글들을 줄여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1922년에 그것도 한글 학자가 소위 ‘修正增補’를 ‘깁더’ 라고 간단하게 우리말을 줄여서 사용했다니 기발하다. 지금이라도 출판계에서 ‘修正增補版’을 ‘깁더판’이라고 해서 출판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해방 후~50년대 전시로 가보자.

"36년간 일제에 빼앗겼던 우리 역사 문화 그리고 말과 글을 다시 소생시키는데 36년이 더 걸릴 것이므로, 우리 문화를 되찾는 일을 하는 출판사업은 애국하는 길이자 민족문화의 밑거름이다" 위당 정인보가 한 말은 해방 후 출판계에 던지는 출판 정신을 대변하는데, 1945년에 설립된 을유문화사, 현암사, 민중서관, 탐구당을 비롯한 계몽사, 삼성출판사, 일지각, 어문각 등 16개 출판사의 43개 도서가 전시되어 있다. 교과서에서 많이 배우는 청록파 시인들의 ‘청록집’ 홍명희의 ‘임꺽정’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 등의 책이다. 양주동, 조연현 교수가 쓴 대학교재와 장준하 선생이 문교부 산하 국민사상연구원 기관지 ‘사상’을 1953년에 인수하여 제호를 ‘사상계’로 바꾸어서 출간한 ‘사상계창간 10주년 기념 특별 증간호’도 나와 있다.

1960~1970년대에는 9개 출판사 21개 도서가 전시되어 있다. 민음사, 범우사, 창작과 비평사, 한길사, 샘터사 등의 출판사에서 출간한 조선작의 ‘영자의 전성시대’ 한수산의 ‘부초’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등 문학과 사상계의 베스트셀러가 50여 년이 지난 색으로 전시되어 눈길을 멈추게 하고 회상에 젖게 한다.

전시관 입구에 ‘오발탄’으로 유명한 소설가 학촌 이범선 작가의 유품전시관인 ‘학촌서실’ 을 들여다보는 것과 신문에 난 출판 광고 전시품, 관람자가 직접 스탬프를 찍어서 만드는 책갈피는 직접 관람하는 사람만이 가져가는 덤이다.

전시실 구석에는 초등학교 코흘리개들이 앉아서 한글을 깨우쳤음 직한 낡은 책걸상 두어 개도 눈길을 끈다.

 

구기동으로 북한산에 올라가는 길에 우리 출판문화의 역사를 뒤돌아보고 인터넷 전자출판도 나온 지금의 출판문화와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기가 겁난다고 한다.

이곳 전시관은 사람도 많지 않고 조용해서 코로나바이러스 걱정할 필요가 없다.

월요일~금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에 개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