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 한 편
망명(亡命)
오정국
눈사람은 온몸이 눈으로
숯은 온몸이 숯으로 되어 있다
사람은 온몸이 사람으로 되어 있는 것인지.
녹슨 수도관에 귀를 기울여
벌판 끝의
먼 물소리 듣고 있어,
그 갈망의
끊어지는 순간들을 이어붙여
꿈결처럼 이어붙여
당신께 이를 수 있다면
당신, 내가 바라볼수록
깊어지는 바다
가까스로
사람의 몸으로
온몸이 바다인 당신께 투항할 수 있다면
<사랑의 아포리즘>
-사랑은 당신께 투항하는 것
사랑은 이를 수 없는 곳에 이르는 일이다. 이어질 수 없는 것을 ‘이어붙여’ 당신에게로 가는 일이다. 그래서 마치 ‘온몸이 바다’와도 같은 ‘당신께 투항’하는 일이다. ‘투항’은 자신을 포기하고 상대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일이기에 ‘망명’에 다름 아니다. 바다인 당신에게 투항하여 폐 하나로 숨쉬고, 가슴 하나로 느끼고, 한 흐름으로 몸을 뒤척일 때, 우리는 그것을 비로소 ‘사랑’이라 부른다.
-사랑은 오체투지 하듯 그대에게 온몸을 던지는 것이다. 따라서 나의 존재를 그대에게 투사하여 하나의 몸이 되지 않으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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