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의 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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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의 물레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0.01.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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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권의 책

 

이 책은 이 시대의 올곧은 잡지로 평가받고 있는 ‘녹색평론’의 발행인인 김종철 선생이 쓰신 환경과 생태 그리고 삶의 가치에 관한 글이다. 쉽게 말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기술한 책이다. 제목이 ‘간디의 물레’이지 이 책은 간디에 관한 책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간디의 물레란 물레에서 자기가 입을 옷감을 짜듯이 ‘자기 먹을 빵을 손수 마련해 먹는 창조적 노동’과 거기서 얻는 기쁨이 삶의 가치를 진정으로 느끼게 하는 토대라는 것이다.

인간사회는 산업사회로 들어서면서부터 온갖 가치관이 뒤바뀌고 인류의 삶이 황폐해지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이 그 자체로서 조화와 공존, 더 나아가서 인간을 보호하는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자연을 정복의 대상, 개발의 대상, 경제가치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데서 모든 잘못이 비롯됐다고 말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만물은 서로 굳건하게 연결되어 있음에도 마치 인간이 이 별의 주인인 양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무례하고 오만하기 그지없다고 개탄한다. 그런 잘못된 자연관이 그릇된 가치관을 낳고 결국은 우리네 삶을 왜곡되게 한다는 것이다.

산업사회는 곧 과학 문명의 발달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인은 ‘과학’이라는 말이 마치 우리 인생의 무슨 만능열쇠인 양 모든 것을 거기에 의지하고자 한다. 과학이 우리의 수명도 연장하고 과학이 우리의 행복도 보장하고 과학의 발달만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과학만능주의의 어리석은 믿음에 빠져 있다.

과학과 산업의 발달만이 진정 우리의 삶을 보장할 것인가? 끝없는 대량생산과 소비만이 인간의 행복을 유지해 주는 것인가? 무제한의 개발만이 인류의 발전이라고 믿는가? 간디는 지구는 인간의 기본욕구를 위해서는 항상 풍요로운 곳이지만 인간의 탐욕 앞에서는 매우 궁핍한 곳이라고 말했다. 오늘날 미국인의 평균적 생활수준을 온 인류가 누릴 수 있으려면 지구가 서른 개쯤 있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저자는 그러한 우리들의 생각을 한마디로 통박한다. 자연의 세계는 그렇게 간단하고 만만한 게 아니다. 우주 삼라만상이 우리가 알 수 없는 씨줄과 날줄로 촘촘하게 서로 연결되어있고 그 조화와 섭리는 신의 영역에 속한다. 자연의 세계는 사람의 인위적인 지식이나 기술로 개입하기에는 어림도 없는 정교하고 신비스러운 상호의존의 인연 관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자연은 그 자체로 언제나 돌고 돈다. 자연에서 재생의 원리는 쉼 없는 생명의 순환과정이다. 우리의 죽음은 다른 생명체의 탄생으로 이어지고 다른 생명체의 죽음 위에서 나의 생명이 유지된다. 순환의 질서에 순응하는 삶의 패턴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우리는 모든 생명이 서로에게 밥이 되고 공양이 되는 우주의 근본 질서를 겸손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은 어려운 철학서나 복잡한 환경백서가 아니다. 또한 현실을 외면하고 생태 가치만을 고집하는 근본주의도 아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소박한 지침이고 치열한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모두 지금 좇고 있는 행복의 가치가 허황하고 의미 없음을 얘기한다. 진정 행복한 삶은 자연을 공경하고 사람에게 겸손하며 더불어 순리대로 살아가는 데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모두 유한하다. 언젠가 끝이 있는 인생이다. 바쁘고 정신없는 세상일수록 한 번쯤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각자에게 아프게 물어봐야 한다. 혼자서 꾸는 꿈은 꿈으로 끝나지만 여럿이서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간디의 물레/김종철/녹색평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