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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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덩굴
  • 박원 작가
  • 승인 2020.01.0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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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덩굴과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담쟁이
담쟁이

 

담쟁이덩굴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이런 식물이 열매를 달고 있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 주위에 늘 꽃 피고 열매 맺지만, 지나치기 일쑤이기 때문입니다. 이웃 건물에 담쟁이덩굴이 아직 익은 열매를 달고 있었습니다. 열매가 포도를 닮았습니다. 그래서 포도과로 분류됩니다.

미국의 단편 작가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생각났습니다. 학창시절에 배운 수학 공식이나 물리 법칙은 다 잊어버렸지만, 아름다운 시나 소설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생각납니다. 기억이란 머리에 보관되는 것이지만 정작 가슴에 남은 이야기만이 오래도록 떠올리게 됩니다.

미국 워싱턴 스퀘어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그리니치 빌리지에는 존시와 수라는 여류화가가 살았습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자매처럼 살고 있었고 아래층에는 버먼이라는 늙은이가 살았습니다. 그는 화가로서 꿈은 많았지만 이미 세월이 꿈을 앞질러가 버린 작가였습니다.

겨울이 시작되는 그해 11월 이 지역에는 독감이 유행했고 사람들은 폐렴으로 쓰러져갔습니다. 존시도 독감에 걸려 희망을 잃고 죽는 날을 기다리며 창가에 보이는 담쟁이 잎을 세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마지막 담쟁이 잎이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비바람이 몹시 불던 밤이 지났습니다. 이튿날 아침 마지막 담쟁이 잎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존시는 희망을 되찾고 병에서 회복됩니다. 하지만 그녀가 희망을 잃지 않도록 비바람 속에서 담벼락에 담쟁이 잎을 그려 넣은 버먼은 죽고 맙니다.

이 소설에서 버먼은 한평생 화가로서는 실패한 삶이었지만 영원한 작품을 남기게 되었고, 오 헨리는 대표적 명작의 작가로 우리의 가슴에 기억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