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 한편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사랑의 아포리즘>
‘꽃’은 언제나 사랑의 메타포다.
시에 나오는 ‘꽃’은 언제나 사랑의 메타포다. 이 세상 어떤 꽃도 피어날 때는 자신의 온 정열을 다 바친다. 사랑은 그대에게 ‘정열’이란 꽃을 바치는 것이다. 서로 오체투지 하듯 온몸을 던져 내가 그대가 되고, 그대가 내가 되는 일이다. 나무에 피는 꽃은 한순간에 져버리지만, 그러나 ‘사랑’이라는 꽃은 지고 나서도 쉬 잊히지 않는다.
-사랑은 그대와 내가 서로 메타포로 만나는 것이다. 그대가 나이고, 내가 그대가 되는, 즉 ‘그대=나’의 관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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