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생명의 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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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생명의 그물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4.03.2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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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이 책을 읽고나면 ‘아름다운’이라는 제목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보다는 ‘경이로운 생명의 그물’이거나 ’알 수 없는 생명의 그물‘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제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책을 들여다보면 생명의 그물이 아름답다고 느끼기엔 너무나 교묘하고 난해하고 신비롭기 때문이다. 불교의 인드라 망과 인디언들의 사상인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미타쿠에 오야신‘의 개념이 책 전반에 가득하다. 하기야 우주만물의 섭리로 가득 찬 생명의 그물을 인간이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일전에 읽었던 바바라 매클린톡의 전기를 다룬 책 「생명의 느낌」에서 옥수수를 통해 생명의 고리를 연구하던 학자 매클린톡의 마지막 말이 생각난다. “내가 옥수수를 통해서 깨달은 것은 어렸을 적 시냇가에서 물고기 잡고 풀피리 불던 때 느꼈던 그런 소소한 사실들을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생명의 탄생과 연결망은 글로써 언급하기조차 조심스럽고 벅차다. 그걸 연구해본 학자들일수록 결론에 이르러서는 쉽게 말해 두 손을 들고 만다. 따지고 파고들고 천착하면서 평생을 연구해온 분야에 대해 마침내 항복을 선언하게 만드는 생명의 원천은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마치 잘 알고 있는 냥 자연을 파괴하고 생물들을 멸종으로 내몰고 있다.

책은 생태계 고리의 쐐기돌, 생명의 본질인 물, 토양, 식물, 기후와 대기 등 우리를 둘러싼 모든 자연에 대해 연구하고 고찰한 내용을 말한다. 자칫 읽기가 지루하고 딱딱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을 위한 서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에 어디 전문가용이 따로 있으랴. 찬찬히 읽을수록 내용에 빠져들고 고개를 끄덕이고 세상의 얼개에 동의하게 된다. 그만큼 이 책은 한마디로 요점을 축약하기가 어렵다. 지구환경의 각 분야를 망라하고 있고 그 내용과 연구의 깊이 또한 깊고 넓다. 책은 결론에서 지금까지의 모든 연구노력의 결과는 뒤로 하고 그저 겸손하게 말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과학자들이 선택할 최선의 대안은 자연의 다양성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며 종의 상실은 지구기능의 이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정도의 ‘허름한’ 결론을 내기 위해 저자들은 그 많은 고생과 실험을 했던가 하는 허탈감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과학이 오를 수 있는 경지가 이 정도일 수밖에 없다는 나약함과 왜소함을 떨칠 수 없다. 옮긴이도 같은 소감을 말한다.

“이 책은 열대림에서 남극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인간의 활동이 자연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어떤 식으로 파괴하고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이 책은 우리가 거의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마치 잘 알고 있는 냥 자연을 파괴하고 생물들을 멸종으로 내몰고 있다. 그 정도 파괴는 별거 아니라고 장담하면서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은 너무도 간단하고 그래서 해학적일 수밖에 없다.

“인간들아. 자연 앞에서 까불면 안 된다.“

 

아름다운 생명의 그물/이본 배스킨/이한음/돌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