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고 그름에 대하여(無可無不可吟)
상태바
옳고 그름에 대하여(無可無不可吟)
  • 曠坡 先生
  • 승인 2024.03.12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옳고 그름에 대하여(無可無不可吟)

 

일왕일래유상수(一往一來有常數)/한 번 가고 한 번 오는 것 변하지 않는 법

만수초무분물아(萬殊初無分物我)/각양각색의 이치도 처음에는 분별이 없었네

차사차심개차리(此事此心皆此理)/이런 일 이런 마음도 다 같은 이치일진대

숙위무가숙위가(孰爲無可孰爲可)/누구는 옳지 않고 누구는 옳다는 말이런가

 

 

*오직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조선 숙종 때의 학자이자 정치가인 미수(眉叟) 허목(許穆)의 시입니다. 남인의 대표적인 인물로 서인의 거두 송시열과 예송논쟁을 벌였던 그는 대쪽 같은 선비의 표상과도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송시열과의 1차 예송논쟁에서 패배한 허목은 삼척부사로 좌천되기도 하지만, 2차 예송논쟁에서는 승리를 하여 우의정까지 오르기도 합니다.

이 시에서도 빈틈이 보이지 않는 철학적 논리로 무장하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당파싸움 같은 정쟁이 과연 무슨 소용이냐고 이 시는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허목이 정계에서 물러나 노년에 쓴 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쟁이란 밥그릇 다툼입니다. 정치의 정도란 백성을 위하는 것인데, 자기편의 유리한 입장만 고수하려고 하다 보니 의견이 분분해지는 것입니다. 오직 변하지 않는 한 가지 본질은 잃어버리고 거기에서 파생된 비본질적인 것에 집착하는 사람의 욕망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치권을 보면서 다시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게 하는 시 같아 같이 감상해보고 싶어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