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의 슬픈 사연
상태바
진달래꽃의 슬픈 사연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4.02.23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옛날 하늘나라에 꽃밭을 돌보는 선녀가 있었습니다. 선녀는 이 세상의 아름다운 꽃은 다 그 꽃밭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구름을 타고 가다가 지상을 내려다보던 선녀는 바위 벼랑에 피어있는 연분홍 아름다운 꽃을 발견하였습니다.

“아아, 저 아름다운 꽃은 무엇일까? 저 꽃나무를 캐다 우리 하늘나라 꽃밭에 옮겨 심어야겠구나.”

선녀는 구름 위에서 사뿐 지상으로 뛰어내려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는 바위 벼랑으로 갔습니다. 꽃나무를 캐려면 아슬아슬한 바위 벼랑으로 가야하는데, 날개옷이 걸려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선녀는 날개옷을 벗어 소나무 가지에 걸어놓고 가까스로 꽃이 있는 데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막 팔을 뻗어 꽃나무를 캐려고 하다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나무꾼이 소나무 가지에 걸려 있는 날개옷을 발견하였습니다. 못 보던 옷이라 이상하게 여겨 벼랑 아래를 살펴보니 선녀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습니다.

나무꾼은 벼랑 아래로 내려가 선녀를 구했습니다. 벼랑에서 떨어진 선녀는 다리를 다쳐 오래도록 치료를 받아야만 하였습니다.

선녀를 집으로 데려온 나무꾼은 정성을 다하여 병간호를 하였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두 사람은 서로 사랑을 하게 되었고, 아이까지 잉태하였습니다.

이때 선녀는 고민에 쌓였습니다. 어서 하늘나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사랑하는 나무꾼과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곧 태어날 아기도 문제였습니다.

나무꾼은 선녀가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갈까 봐 날개옷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두었습니다.

“제 날개옷 어디 있어요?”

선녀가 나무꾼에게 물었습니다.

“그건 가르쳐줄 수 없소. 날개옷을 입으면 당신은 곧 하늘나라로 돌아갈 것이 아니요?”

“이렇게 아기를 배었는데 어떻게 날개옷을 입어요?”

선녀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 나무꾼은 날개옷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아기가 밴 몸이라 정말 선녀는 날개옷을 입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 나무꾼은 안심을 하고 매일같이 나무를 하러 다녔습니다. 언제 아기가 태어날지 모르지만, 나무를 해다 장터마당에 내다 팔아야 아기의 기저귀며 배내옷이며 이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어느 날 나무꾼이 나무를 한 짐 잔뜩 짊어지고 장터마당으로 갔을 때 마침 선녀는 아기를 낳았습니다. 선녀는 나무꾼이 집에 오기 전에 하늘나라로 가기 위해 얼른 날개옷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아기를 품에 안았는데, 너무 무거워 하늘로 날아오를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선녀는 아기를 방안에 눕혀놓은 채 혼자 하늘나라로 올라갔습니다.

집에 돌아온 나무꾼은 선녀가 하늘나라로 돌아간 것을 알고 날개옷을 내어준 것을 깊이 후회하였습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나무꾼은 혼자서 선녀가 낳아준 아기를 키우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아기는 딸이었는데, ‘달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달래는 선녀를 닮아서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소녀가 된 달래는 아버지인 나무꾼을 잘 보살폈습니다. 마침 나무꾼은 늙어서 병이 들었습니다.

“얘야, 너도 이제 시집을 가야 할 나이가 되었구나. 좋은 혼처가 나타나면 시집을 보내야 할 텐데 내가 이렇게 병석에 누워 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으냐?”

나무꾼은 아름다운 딸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버지, 저는 시집 안 갈래요. 평생 아버지를 모시고 이렇게 살래요.”

달래의 효성은 극진하였습니다. 얼굴도 예쁜데 마음씨까지 그렇게 고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음씨 고약한 원님이 그 고을에 새로 부임을 해왔습니다.

“여봐라! 이 고을에서 가장 예쁜 처녀가 누구냐?”

“예, 나무꾼의 딸 달래가 가장 예쁘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이방이 말했습니다.

“그 처녀를 데려오너라!”

원님의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이방은 곧 달래를 원님 앞에 대령하였습니다.

원님은 이미 결혼한 몸이지만, 아름다운 달래를 자기 후처로 삼으려고 하였습니다.

“원님, 저는 병든 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야 합니다. 그러니 결혼할 수 없습니다.”

달래는 원님의 청을 거절하였습니다. 옥에 갇혀 온갖 고문을 받았지만 끝내 원님의 청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난 원님은 달래를 처형하기로 하였습니다. 처형 장소에는 소문을 들은 고을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고, 밧줄에 몸이 묶인 달래의 곁에서는 술을 마셔 얼굴이 불콰해진 망나니가 큰 칼을 들고 춤을 추었습니다.

망나니의 칼이 달래의 목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 선홍빛 붉은 피가 아름다운 꽃송이가 되어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달래의 영혼이 꽃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 것이었습니다.

달래의 시체를 껴안은 나무꾼은 병든 몸을 이끌고 옛날 선녀를 만났던 바위 벼랑으로 갔습니다. 그 벼랑 아래 딸의 시체를 묻으며 울던 나무꾼도 그 자리에 쓰러져 죽었습니다.

그 뒤부터 바위 벼랑 아래에는 꽃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하였고, 해마다 봄이 오면 연분홍 꽃을 피워 올렸습니다. 바로 ‘진달래꽃’이었습니다.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아름다운 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이 진달래 산천처럼 아름다운 사람들로 가득 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