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四時)
춘수만사택(春水滿四澤)/봄물은 사방 못마다 가득하게 넘쳐나고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峰)/여름 구름은 많은 봉우리 사이에 걸렸다
추월양명휘(秋月揚明輝)/가을 달은 높다랗게 떠올라 밝기만 하네
동령수고송(冬嶺秀孤松)/겨울 산마루턱엔 빼어난 소나무가 외롭다
*홀로 선 외로운 소나무
중국 동진시대의 대표적인 시인 도연명(陶淵明)이 자연을 노래한 시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이 시는 동시대에 살았던 화가 고개지(顧愷之)의 시라고도 합니다. 또 일설에는 도연명이 고개지의 시중에서 4구만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도 합니다.
도연명의 시라도 좋고 고개지의 시라고 해도 역시 좋습니다. 두 사람 다 일가를 이룬 사람들인 만큼 그 시의 의미가 깊고 시야가 넓은 것이 과연 범상치 않음을 느끼게 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특징만 추려내어 짤막하게 4구로 완성한 시인데, 그 수사법이 현란하지 않으면서 아주 빼어납니다.
자연의 질서와 계절에 따른 변화가 4구의 짧은 시속에서 하나로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 하나는 큰 것이고, 곧 우주입니다. 광활한 우주 가운데 자연의 오묘함을 노래하면서, 겨울에 산마루턱에 홀로 서 있는 외로운 소나무에 감정이입을 시켜, 인간 또한 자연 속에서는 그와 같음을 암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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