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배우자가 외도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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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배우자가 외도하는 건 왜일까?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4.02.0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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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현숙 심리치료사, 박사

 

 

최근에 외도 상담이 늘었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외도하고, 가정을 힘들게 한다. 외도자의 심리는 즐기고 싶은 원초적 욕구가 발동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외도 심리를 정신분석학적 이론으로 바라보면 우리의 유아기와 관련이 있다.

 

 왕이 된 것 같은 전능 환상 속 아기

생후 6개월의 영아는 전적인 엄마의 도움으로 살아가게 된다. 유아의 생존은 엄마에게 달려있다. 어떤 엄마는 자기의 아기가 자기를 힘들게 한다고 아기를 싫어한다. 어린 아기에게 소리 지르고, 때리는 등 함부로 대하는 엄마도 있다. 대개의 엄마는 아기의 요구에 적절하게 잘 반응해주고 돌봐준다. 이때 아기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는 걸 경험한다. 아기는 자신이 마치 왕이 된 것처럼 전능 환상 속에 있게 된다고 한다. 아기가 말을 배우기 이전 세계에는 금지와 규칙이 없는 세계이고, 욕망만을 투사하는 세계로서 뭐든지 아기가 원하는 건 다 얻을 수 있는 시기이다.

유아가 3살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소 어른들이 하는 말을 배우기 시작한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금지가 있는 사회에 진입하는 것이 된다. 언어의 시기가 되면 아빠의 존재로 말미암아 아이는 사회언어를 배우게 된다. 곧 금지어이다. ‘엄마에게서 떨어져라.’ ‘벽에다 낙서하면 안 돼.’ ‘밥은 앉아서 먹는 거야.’ 등등. 이렇게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서 규칙을 배운다. 이를 제대로 잘 배운 아이들은 커서도 준법정신을 가지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경계선을 지키며 사회생활을 잘한다.

 

 신비로움이 사라지는 권태기

부부가 결혼생활을 시작한 지 어느 정도 지나면 권태기가 찾아오는 시기가 있다. 권태기란 것은 상대에게 그 이상 새로운 것이 없으며, 신비로울 게 없어졌다는 말이다. 상대를 잘 모를 때는 상대가 신비해 보이고, 모든 것이 알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그러나 상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았다는 생각이 들면, 이제 감정이 시들해지고, 유아 때 환상적인 욕망이 내부에 꿈틀거린다. 무한대로 요구해도 거의 다 들어주었던 금지가 없었던 그 황홀한 시기가 그리워진다. 그래서 권태기가 오면 남자는 무의식 속에서 그 시절을 경험해 보기 위해서 일탈을 꿈꾼다. 의식적으로는 부부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것이 두렵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포르노 영상을 보는 것도 일종의 그런 일탈이라고 할 수 있다.

 

 유아기 때 충분한 사랑이 필요한 이유

일탈이 꿈틀댈 때 나를 제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결혼생활이 지루하고 무덤덤해졌다면, 관계에 활력과 새로움을 더하려는 내면의 신호로 보는 게 마땅하다. 이를 깨닫지 못하면, 욕망의 충동에 넘어가서 새로움을 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 어렸을 적 엄마에게서 충분한 사랑을 받았고, 전능 환상을 경험했던 사람은 그런 위험에 덜 직면하게 된다. 그런 사람은 자신을 지지해주는 정신적 기반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지받은 경험이 빈약한 사람들은 삶의 에너지가 딸려서 평소 일상에서 무기력해지거나 우울해지기 쉽다. 일탈의 짜릿함은 바로 유아 때 경험하지 못했던 그 환상을 이루려는 시도로 본다. 금지와 규제가 없었던 언어 이전의 황홀한 경험을 다시 강력하게 재현해 보고자 하는 심리가 일어나는 것이다. 언어의 세계는 어른의 세계로서 경계선이 그어진 질서의 세계이며, 인격적인 세계이고, 도덕적인 세계이다. 이 세계에서 경계선을 넘어선 일탈은 잠시 짜릿할 수 있지만, 이를 반복적으로 맛보기 위해서 성중독이 될 수도 있다. 그럴수록 진정한 기쁨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외도는 환상이고 신기루를 쫒는 것

외도는 자신과 배우자를 속이는 것이고, 삶을 기만하는 것이니만큼 진실한 삶은 아니다. 외도는 그런 의미에서 환상이고, 실제가 아니며 신기루인 것이다. 일탈을 꿈꾼다면 이를 떨쳐내야 진실한 자신과 마주하고,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