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좋은 형제와 요술 구슬
상태바
의좋은 형제와 요술 구슬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4.01.19 10: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전래동화 이야기

 

어느 마을에 의좋은 형제가 살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이들 형제는 어려서부터 갖은 고생을 해가며 어렵게 살아갔습니다. 비록 집안이 가난했지만 그들은 의를 잃지 않았습니다. 떡 한 쪼가리가 생겨도 반드시 똑같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제가 산에서 나무를 해가지고 집으로 가기 위하여 내를 건널 때였습니다. 돌다리를 건너가는데, 물속에서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것이 보였습니다. 형이 먼저 발견하고 손으로 그것을 집어 올렸습니다. 동그란 구슬이었는데, 물 밖으로 나오자 더욱 영롱하게 빛이 났습니다.

“얘야, 이건 네가 가져라.”

형이 동생에게 구슬을 건네주었습니다.

“정말 예쁜 구슬이네. 그렇지만 내가 가질 수는 없지. 형이 먼저 발견했으니까, 이 구슬은 형이 가져.”

“아니다. 나는 너보다 나이가 많으니까, 이런 장난감은 필요 없다.”

이렇게 형과 동생은 구슬 하나를 가지고 서로 양보를 하였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집에 가지고 가서 공동으로 구슬을 보관하고, 보고 싶을 때 언제든지 꺼내보기로 하였습니다.

마침 집에 나무로 짠 상자가 하나 있어서 형제는 그 안에 구슬을 보관해 두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의 일이었습니다.

형은 구슬이 보고 싶어 상자를 열어보았습니다.

“아앗!”

상자 안에서 온갖 광채가 번뜩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상자 안에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물론 그 중에서도 구슬이 가장 광채를 발하였습니다.

바로 그때 동생이 방으로 들어오자 형은 상자를 보여주었습니다.

“보물을 내려주는 요술 구슬인가 봐?”

동생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였습니다.

“자 보물을 꺼내고 다시 구슬을 상자에 넣어두자. 이번에는 네가 상자를 열어보렴.”

형이 말했고, 동생은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얼마 후 동생이 나무 상자를 열자 이번에도 구슬과 함께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 있는 것입니다.

의좋은 형제는 곧 부자가 되었습니다. 땅도 사고 집도 지었습니다. 나이가 들자 형이 먼저 결혼을 하였습니다. 그러고 나서 몇 년 후 동생도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형은 동생 내외가 살도록 자신의 집과 똑같은 집을 바로 옆에 지어주었습니다. 땅도 형제가 똑같이 나누어 가졌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한 가지 생겼습니다. 바로 구슬이었습니다. 구슬이 둘이라면 사이좋게 나누어 가질 텐데, 하나밖에 없었으므로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구슬은 네가 가져라.”

형이 말했습니다.

“아니오. 형님이 먼저 발견한 거니까 이 구슬의 주인은 원래부터 형님이오.”

동생은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형제가 아니라 그들의 부인들에게 있었습니다.

밤에 잠자리에 들었을 때, 형의 부인이 말했습니다.

“여보, 그 구슬은 우리가 가져야 해요. 왜 동생을 주려고 해요?”

“그런 소리 마시오. 이제 우리는 그 구슬이 없어도 충분히 부자로 살 수가 있소. 지금 가지고 있는 땅만 해도 천석꾼은 될 것이오. 게다가 이런 대궐 같은 집이 있으니 더 이상 뭐가 부러울 게 있겠소? 그러니 구슬은 동생에게 줍시다.”

형이 옆에 누운 부인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우리도 앞으로 자식들을 낳아 길러야 하잖아요. 이 재산도 언제 탕진될 지 알 수 없고,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주려면 더 많은 땅과 돈이 있어야 해요.”

“허허, 욕심도 많구려!”

이렇게 형 부부가 요술 구슬을 두고 말다툼을 하고 있을 때, 동생의 집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동생 부인이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절대로 그 구슬을 형에게 빼앗기면 안 돼요. 내일이라도 다시 형이 그 구슬을 주겠다고 하면 얼른 받아와요.”

“안 되오. 그 구슬은 형님의 것이오. 나는 받을 수가 없소.”

동생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형제가 만났습니다. 형의 손에는 요술 구슬이 들려 있었습니다.

“얘야, 어젯밤에 내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이 구슬 때문에 우리 형제가 의를 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했단다. 이제 이 구슬은 우리에게 근심 덩어리일 뿐이다. 원래 있던 개울가에 가져다 놓는 것이 좋겠다.”

형의 말에 동생도 흔쾌히 동의하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형제는 곧바로 옛날 그 구슬을 주웠던 냇가로 갔습니다.

냇가에 당도하여 형이 손에 든 구슬을 물속에 던지려고 하는데, 물속을 바라보던 동생이 소리쳤습니다.

“형님, 여기 구슬이 또 하나 있어요.”

“무슨 소리냐? 이 구슬이 물속에 비친 거겠지.”

형이 구슬을 뒤로 숨기고 물속을 들여다보았는데, 정말 물속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구슬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동생이 구슬을 건져 올려 형의 손에 있는 것과 비교해 보았는데, 크기며 모양이 똑같았습니다.

“정말 신기한 일도 다 있네. 어떻게 이렇게 똑같은 구슬이 또 있을까?”

방금 물속에서 건져 올린 구슬을 바라보며 동생은 좋아서 어찌할 줄 몰랐습니다.

“얘야, 하느님이 우리 형제의 의를 더울 도탑게 해주려고 이렇게 똑 같은 구슬을 내려주신 모양이다.”

형이 말했습니다.

이렇게 형제는 각자 구슬을 하나씩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평생토록 의좋게 살았습니다.

 

 

☞ 욕망이 물질적 풍요로움을 가져다 줄 수는 있지만, 그만큼 정신적인 행복이 안주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어느 순간 욕망을 끊을 때 어두운 마음속에 행복의 빛줄기가 스며들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