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부부의 새해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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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부의 새해 소망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4.01.16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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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현숙 심리치료사, 박사

 

누구나 새해에 소망을 빈다. 사람들은 새해 소망으로 건강한 삶을 우선 꼽는다. 건강한 삶은 몸뿐 아니라 마음 관계가 모두 건강해야 가능하다. 그동안 살아온 부부의 삶의 방식에 대해 점검을 해 보고, 건강한 삶을 향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 보도록 하자.

 

덜 싸우고 더 사랑하면 좋겠어요

아무런 소망 없이 지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새해라고 무엇 하나 달라질 게 없으며, 오늘은 단지 어제의 연장이라고 생각하고 무기력하게 사는 사람이라면, 우울증에 빠져 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그 우울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전문가를 찾아서 먼저 알아볼 것을 제안한다. 내가 상담한 사람 가운데 ‘덜 싸우고 더 사랑하면 좋겠어요.’라고 새해 소망을 말한 부부가 있다. 그들은 그동안 겪어온 갈등 상황을 피하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염원을 보인 것이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부부가 제대로 싸움다운 싸움을 한 적이 별로 없어 보였다. 이들은 어떤 그들만의 사안을 마주할 때면 핏대를 올리며 소리 지르고, 욕설로 싸움을 마무리한 적이 자주 있다고 했다. 이 부부는 왜 이렇게 제대로 싸우지를 못한 것일까?

 

아내는 여러 사람 중의 하나가 아니라 특별하다

둘의 관계를 살펴보니까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사랑과 칭찬의 말을 늘 듣기 원했고, 남편은 그런 아내의 욕구에 둔감한 편이었다. 아내는 남편의 특별한 배타적인 사랑을 원하지만, 남편은 사람들과 두루두루 원만하게 잘 지내길 원했다. 아내는 이러한 남편에게 다른 여러 사람 중에 하나로 느껴질 때가 많았고, 그 서운함이 마음 바탕에 짙게 깔려 있다. 여기에 그들의 일차적인 문제가 있었다. 남편에겐 이 사람 저 사람들과 관계를 폭넓게 유지하며 친해야 마음이 편한 이유가 있었다. 그에게 아내는 무의식적으로 어렸을 때 결핍된 엄마의 자리를 대신해주길 바라는 자리로 보였다. 그런 이유로 남편에게 아내는 아끼는 대상이긴 하지만, 그에겐 아내보다 자기의 삶을 꾸려야 하는 게 더 급했던 것 같다.

게다가 성장 하는 동안 엄마에게 다정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는 남편이었다. 그런 그는 아내와의 관계에서 거의 언제나 남성 특유의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했다. 그것이 남편으로서 옳게 행동하는 것이고, 아내를 돕는 것이려니 했다. 그러니 아내의 말에 공감이나 맞장구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아내는 공감 받지 못하고, 남편이 자기편이 아니라는 서운함에 삐치는 일이 생기곤 했다. 하지만 이 부부는 아주 다행하게도 가족의 중요함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어떻게 하면 부부가 덜 싸우고 사이좋게 지낼까가 이 부부의 과제가 될 만큼 부부는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상대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 좋은 관계의 시작이다

부부들은 보통 상대를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잘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미리 짐작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사실 당신 말을 잘 듣겠다는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배우자는 기분이 좋아진다. 이것이 좋은 관계를 위한 기본적인 태도이다. 부부는 정보를 나누는 친구 관계와 달라야 한다. 배우자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잘 대답하는 것만으로도 부부는 가까워질 수 있다. 퉁명스러움이나 외면은 둘이 싸울 것을 예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싸울 사안에 대해서 목소리 톤이 다소 높아지는 것이 문제라기보다 얼마나 둘이 함께 그들이 직면한 문제에 정직하게 집중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물론 한쪽이 화를 급하게 자주 낸다면 그건 다른 문제이긴 하다.

 

 믿는 만큼 변한다!

위에 소개한 부부에게 서로의 장점을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도왔다. 배우자의 좋은 장점들을 20개씩 찾아서 나열시키도록 해 보았다. 그들은 꼼꼼히 적어보기 전까지 이렇게 좋은 점이 많은 줄 몰랐다면서 상대가 적어준 자신의 장점들을 보고 미소 지었다. 이런 경험도 지나게 되면 잊어버리고, 또 사소한 것을 가지고 자존심 내세우며 싸울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전의 고질적인 관계에서 벗어나서 앞으로 훨씬 편안하고 안정된 모습이 될 수 있는 믿음이 가는 부부였다. 믿고 행동하는 만큼 변할 수 있다는 잠언이 있다! 앞으로 어떤 소망이 있는지, 좋은 소망을 갖고 노력하는 새해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