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를 타며(詠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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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를 타며(詠琴)
  • 曠坡 先生
  • 승인 2024.01.03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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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문고를 타며(詠琴)

 

요금일탄천년조(瑤琴一彈千年調)/좋은 거문고로 오래된 곡조를 탔더니

농속분분단청음(聾俗紛紛但聽音)/귀머거리 속인들 가락을 알지 못하네

초창종기몰이구(怊悵鍾期沒已久)/아 슬프구나, 종자기가 영원히 죽다니

세간수지백아심(世間誰知伯牙心)/이 세상에 백아의 마음 누가 알아주나

 

*진실한 마음 알아주는 이 없고

조선조 중종 때 기묘사화로 죽임을 당한 정암(靜庵) 조광조(趙光祖)의 시입니다. 그는 개혁정치를 하다 훈구세력들의 미움을 받아 전라도 화순 땅 능주로 귀양을 갔다가 현지에서 사약을 받고 아까운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이 시의 내용을 살펴보면 귀양시절에 능주에서 지은 것처럼 보입니다.

1행의 ‘좋은 거문고’란 개혁정치를 의미하고, 2행의 ‘귀머거리 속인들’은 훈구세력들을 비유한 것 같습니다. 3행의 ‘종기(鍾期)’는 ‘종자기(鍾子期)’를 말하는데 중국 춘추시대 때 거문고 소리를 잘 들을 줄 알았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4행의 ‘백아(伯牙)’는 역시 춘추시대 때의 거문고 명인입니다. 고사에 보면 종자기는 백아의 거문고 소리를 들을 줄 알았는데,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자신의 가락을 더 이상 알아줄 사람이 없다고 하여 그 이후 아예 거문고를 손에 대지 않았다고 합니다.

박수도 손바닥을 마주쳐야 제대로 소리가 나는 법입니다. 조광조는 이 시에서 스스로를 ‘백아’에 비유하며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세상을 한탄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