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除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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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야(除夜)
  • 曠坡 先生
  • 승인 2023.12.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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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야(除夜)

 

주진등잔야불면(酒盡燈殘也不眠)/술 다하고 등불 꺼져가도 잠은 오지 않고

효종명후전의연(曉鍾鳴後轉依然)/새벽 종소리가 울리고 나서도 여전하구나

비관래년무금야(非關來年無今夜)/내년 생각 말라, 오늘밤 다시 오지 않으니

자시인정석거년(自是人情惜去年)/이제부터 사람들 마음 가는해 아쉬워하리

 

 

*한 해를 보내며

조선조 인조 때의 문신인 강백년(姜栢年)의 시입니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한 해가 저무는 것을 아쉬워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담겨 있습니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밝는 것은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난해를 회고해 보면 참으로 아쉬움이 많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습니다. 술에 취할수록 정신은 더욱 말똥말똥해지고, 추억은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잠을 자려고 누웠지만, 마음의 눈은 추억의 장면을 찾아 떠돕니다. 그러니 엎치락뒤치락 잠이 오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 지나간 추억을 되새길 때면 슬픔이 느껴지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습니다. 시간이란 미래의 희망을 향해 달려가면서, 그 뒤에 슬픔의 발자국을 남겨놓는, 마치 날아가는 화살과도 같은 속성을 갖고 있는지 모릅니다. 화살이 지나간 자리에 자취가 남지 않듯이, 시간이 지나간 자리 역시 추억이라는 무형의 발자국만 사람들의 가슴속에 남겨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