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나무꾼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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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나무꾼의 행복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3.12.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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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우리 전래동화 이야기

 

어느 산골 마을에 바보 나무꾼이 살고 있었습니다. 같은 마을에 사는 농부들은 비가 안 오면 가뭄이 들어 곡식이 타죽는다고 걱정, 장마가 지면 다 지어놓은 농사 망친다고 걱정, 이래저래 걱정거리가 태산 같았습니다. 그러나 나무꾼은 언제 어느 때든 산에만 가면 나무가 많았으므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저 부지런히 나무를 해다 시장에 팔면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나뭇짐을 지고 시장에 나무를 팔러갔던 나무꾼은 사또 행렬을 만났습니다.

“사또 행차하신다. 어서 썩 비키지 못할까?”

포졸들이 소리쳤지만 나무꾼은 나뭇짐이 무거워 빨리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포졸들의 소리에 깜짝 놀라 서두르다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나뭇짐이 쏟아져 길이 막혔습니다.

“네, 이놈!  감히 사또의 행차를 막다니.”

포졸들은 나무꾼을 관가로 끌고 가서 몽둥이찜질을 했습니다.

관가에서 풀려나온 나무꾼은 너무 억울하여 길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습니다. 포졸들이 소리치는 바람에 돌부리에 발이 걸렸으니, 소리친 포졸들 잘못이지 자신은 잘못한 일이 없었던 것입니다.

법 없이도 살아갈 사람이라고 마을 사람들이 칭찬해마지 않던 나무꾼이었지만, 이젠 자신도 벼슬을 해서 사또처럼 떵떵거리며 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마을에서 가장 학문을 많이 익혔다는 노인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저도 벼슬을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또처럼 벼슬을 할 수 있을까요?”

노인은 껄껄 웃더니 농담조로 한마디 했습니다.

“벼슬을 하려면 임금이 있는 한양으로 가야지. 한양에 가서 한 삼 년 굴러다니다보면 벼슬자리 하나쯤 얻어걸릴지도 모르지.”

나무꾼은 곧 한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한양 저자거리에 벌렁 드러누워 데굴데굴 굴러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노인이 한양 가서 한 삼 년 살아보라는 뜻에서 한 삼 년 굴러다니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한양 사람들에게는 별난 구경거리가 생겼습니다. 매일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어 저자거리를 굴러다니는 이상한 사람이 있으니, 일부러 그 구경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여보게, 왜 멀쩡하게 두 다리를 놔두고 몸으로 굴러다니나?”

어떤 사람이 물어보면, 나무꾼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하였습니다.

“이렇게 삼 년 동안 굴러다니면 벼슬자리를 얻을 수가 있대요.”

모여선 사람들은 나무꾼의 대답을 듣고 박장대소를 하였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무꾼은 열심히 굴러다녔습니다. 한양 사람들은 그가 나무꾼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별명을 ‘나무통’이라고 붙여주었습니다.

아이들까지도 굴러다니는 나무꾼을 보면 이렇게 놀려댔습니다.

“굴러다니는 나무통! 데굴데굴 잘도 구른다!”

나무꾼이 한양에 와서 굴러다닌 지 3년쯤 지났을 때, 마침내 그에 대한 소문이 임금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하도 해괴한 소문이라 임금님은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변복을 하고 한양의 저자거리에 나와 보니 정말로 땅바닥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때 임금님은 나무꾼이 살고 있는 개천가의 움막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낮에 종일 굴러다녔기 때문에 피곤했는지, 나무꾼은 아무렇게나 바닥에 널브러져 쿨쿨 자고 있었습니다.

“여보게, 나 좀 보세.”

임금님이 나무꾼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아니, 곤히 자는데 왜 귀찮게 깨우고 난리요.”

나무꾼이 눈을 비비며 일어났습니다.

“젊은이가 벼슬을 하고 싶어 굴러다닌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게 정말인가?”

“네! 그런데요?”

나무꾼이 눈을 껌벅대며 대답했습니다.

“무슨 벼슬을 하고 싶은가?”

“영감이 그러면 내게 벼슬자리라도 주겠다는 거요?”

“내 말만 잘 들으면 줄 수도 있지. 정승은 어떤가?”

임금님이 나무꾼을 떠보려고 물었습니다.

“좋지요.”

“판서는 어떤가?”

“그것도 좋지요.”

나무꾼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습니다.

“그럼 임금을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

“뭐요?”

그때 나무꾼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임금님의 따귀를 올려붙였습니다.

“아니 왜 그러나?”

“이놈아! 이 나라에 임금은 오직 한 분뿐이시다. 한 나라에 두 임금이 있다는 걸 들어보지 못했다.”

나무꾼의 소리에 임금님은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임금님은 그길로 나무꾼을 궁궐로 데리고 가서 작은 벼슬을 내리고 궁궐 법도를 익히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나무꾼에게는 궁궐 법도가 어찌나 어려운지 닷새 만에 벼슬을 내놓고 몰래 도망쳤습니다.

다시 고향으로 내려온 나무꾼은 매일 나무를 해서 시장에 내다 팔며 살았습니다.

“내겐 나무꾼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습니다. 어려운 법도도 필요 없고 근심 걱정 없으니, 이곳이 천국이 아니고 무엇이냐?”

나무꾼은 숲속의 푹신한 가랑잎 위에서 몸을 데굴데굴 굴리며 마냥 행복에 겨워하였습니다.

 

☞ 사람은 저마다 격에 맞게 살아야합니다. 자기 분수를 모르고 너무 욕심을 내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것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능력껏 하면서, 그것으로 밥벌이를 하며 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