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가족을 언어(말)로 안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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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가족을 언어(말)로 안아주기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3.10.2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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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현숙 심리치료사, 박사

 

 

언어로, 말로 안아주기란? ‘안아주기’하면 보통 엄마가 아기를 품에 안아주는 모습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엄마, 아빠의 품에 수없이 안기며 그들의 언어로, 말로 표현되는 사랑을 먹으며 성장했다.

 

 아기가 소통하고 싶어서 보내는 신호를 말로 안아주기

아기가 울면 엄마는 아기의 욕구를 파악하고, 바로 말로 표현해서 들려준다. “어구, 우리 아기 배고팠어?” “우리 아기 쉬 했나?” 아기의 신호에 엄마가 예민하게 말로 반응함으로써 아기에게 관심과 애정을 표현한다. 아기가 이처럼 아직 말을 하지 못하고, 비언어적인 상태에 있을 때 엄마는 엄마의 언어로 아기의 마음을 대신해 준다. 이것이 ‘말로 안아주기’이다.

이런 식으로 아기와 엄마 사이에 진정한 상호적 소통이 일어난다. 엄마와 아기와의 관계에서 보듯이 소통에는 애정을 가지고, 상대가 보내는 신호(말이든 몸짓이든 눈빛이든)를 잘 들으려고 해야 한다. 그럴 때 상대를 잘 이해하고, 공감이 일어나게 된다. 만약 엄마가 아기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잘 반응하지 않게 되면 아기가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시라. 계속적으로 아기를 잘 안아주지도 않고, 말 대상도 해 주지 않을 때 아이는 엄마라는 대상 경험을 갖지 못하게 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대상 경험이 없는 아이, 즉 말로 안아주기의 부재는 여러 가지로 위험한 상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본다. 성적인 조숙함, 지나친 분노, 짜증이 많은 성격, 자폐 등이 그 예이다.

 

 심하게 공격성을 보이는 아이

좀 더 커서 유아 때도 마찬가지이다. 대개 자녀가 2살 무렵에 동생이 생기게 된다. 형이나 누나가 된 첫아이는 갑자기 부모의 사랑을 동생에게 뺏기고, 다 큰 아이 대접을 받기 쉽다. 첫아이의 응석은 무시되기 쉽고, 둘째 아이보다 관심을 덜 받게 된다. 첫아이는 자신의 빼앗긴 사랑을 다시 찾으려고 여러 가지로 몸부림을 치게 된다. 많은 공격성이 나오면서 부모를 힘들게 한다. 5살, 6살이 되었을 때, 심하면 “엄마를 죽일 거야” “아빠를 죽일 거야”라고 하기도 한다.

이때 부모는 그 자녀의 심리를 이해하기는커녕 미워하고, 급기야 적대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 부모는 힘으로 누르려 하고, 누를수록 아이와 감정의 골이 쌓이게 된다. 그런 대접을 받고 자란 자녀는 사춘기가 되면 엄마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더 심하게 공격하게 될 것이다. 무의식적 복수가 일어난다. 하지만 그 마음에 여전히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를 알아차리고, 자녀를 안아주면 된다. 품으로 안아주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 ‘말로 안아주기’가 필요하다. 말로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주고, 공감해 주는 것이다. 알아준다는 건 인정과 칭찬이다. 자녀의 마음을 잘 듣고, 말로 피드백해서 돌려주고, 엄마, 아빠 자신의 마음도 말로 잘 표현해서 전달해 주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잔소리는 안아주기가 아니고 그 반대이다

일방적인 교훈이나 지시, 공부해라, 학원가라, 숙제해라 같이 아이가 듣기 싫어하는 소리는 아이의 존재를 안아주는 것과 거리가 멀다. 자녀가 피하고 싶은 잔소리가 된다. 따듯한 품과 말로 안긴 경험이 절대 부족한 사람이 자기의 경험치를 넘어서 자녀와 배우자를 잘 대하기는 쉽지 않다.

충분히 안긴 경험이 부족한 성인의 경우, 자녀 양육을 힘들어 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고집이 센 자녀를 감당하지 못해서 짜증을 내고, 자녀가 부담스러워 피하게 된다. 부부관계에서도 불편한 일이 생기게 되면 말로 표현하는 대신에 툭하면 삐쳐서 며칠씩, 그 이상 냉전을 이어가게 되기도 한다. 신혼 초인데 둘 사이에 갈등이 생겼지만 그걸 해결하지 못하고 무려 6개월씩 말을 나누지 않고, 합방하지 못한 채 지내는 부부가 있다. 이들은 ‘말’로 안아주는 경험이 적었고, 소통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다.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몰라서 고생하는 것이다.

 

 따듯하고 간결한 언어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안아주자.

하지만 지나치게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도 마찬가지로 소통을 잘 못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주고받는 소통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결핍도 문제이지만, 과잉도 문제이다. 건강한 보통 엄마가 아기를 대할 때 모습이 아주 좋은 모델이다. 아기가 울어도 무시하거나 못 들은 척하면 안 되듯이 성인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성인이 삐치면 말을 않고, 여러 날 가는 사람이 있다. 벌컥 화를 내는 일, 욕설 모두가 말하기가 안 되어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 내면에는 사랑과 인정 욕구가 있다.

따듯하고 간결한 언어로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안아주자. 잔소리는 적게 하고, 인정하고, 칭찬하고, 감사를 나누자. 돌 이전 아기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언어(말)로 나누고, 해결하지 못할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