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밤(村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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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 밤(村夜)
  • 曠坡 先生
  • 승인 2023.10.2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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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의 밤(村夜)

상초창창충절절(霜草蒼蒼蟲切切)/서리 맞은 풀 푸르고 풀벌레 울음 애절한데

촌남촌북행인절(村南村北行人絶)/시골 마을 어디에도 오가는 사람 하나 없다

독출문전망야전(獨出門前望野田)/홀로 문앞에 나가 너른 들의 밭을 바라보니

월명교맥화여설(月明簥麥花如雪)/밝은 달 아래 핀 메밀꽃이 눈처럼 하얗구나

 

 

*가을밤, 메밀꽃 풍경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백낙천(白樂天)’이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풍류시인(風流詩人)입니다. ‘메밀꽃이 눈처럼 하얗다’는 표현은 소설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란 단편소설에 나오는 메밀꽃이 마치 ‘소금을 뿌린 듯하다’는 표현을 연상시킵니다.

무더운 여름이 가고 이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 마치 달빛조차 시린 가을밤에 홀로 시골 너른 들판의 메밀꽃밭을 거닐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1연의 청각적 이미지(蟲切切)와 4연의 시각적 이미지(花如雪)가 어우러져 더욱 그윽한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