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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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 종로마을 N
  • 승인 2023.10.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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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은 열흘간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데카는 그리스어로 10을 뜻하는 숫자다. 참고로 1부터 10까지를 살펴보면 mono(1), di(2), tri(3), tetra(4), penta(5), hexa(6), hepta(7), octa(8), nona(9), 그리고 마지막 10이 deca 이다. 이 책은 1348년 이탈리아 피렌체에 흑사병이 돌았을 때 젊은 여인 7명과 남자 3명이 도시를 벗어나 어느 별장에서 매일 각자가 한 개씩 하루 10개의 이야기를 열흘간 나눈 총 100편의 이야기집이다. 데카메론을 읽다보면 옛날 중고시절 보았던 ‘빨간책’이 생각난다. 표지가 붉은 표지라 그렇게 불렀는데 내용은 그야말로 원색적으로 붉다. 데카메론은 그만큼 성적 이야기가 거침없이 나온다. 그래서 데카메론을 ‘섹스문학’이라고도 하며 평론가들은 이를 통해 인간성에 도전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인간생활의 적나라한 섹스이야기로 인해 단테의 '신곡(神曲)'에 비해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인곡(人曲)'이라고도 한다. 정작 저자 보카치오는 평생 독신생활을 했으며 전형적인 페미니스트였다고 하니 아이러니다. 데카메론에 나오는 몇 가지 재미난 일화를 살펴보자.

<1일차>

5화: 십자군전쟁에 나간 어느 후작의 부인을 왕이 흠모하여 방문하였는데 이에 후작부인은 암탉요리와 재치 있는 말로 프랑스왕의 부질없는 흠모를 훈계한다. 식탁에 암탉요리만 계속 내오자 이를 보고 왕이 “이 근처에는 암탉만 있고 수탉은 한 마리도 없습니까?” 하고 묻자 후작부인은 대답하기를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여자라는 것은 복장이나 신분에 여러 가지 변화는 있어도 속은 다 같은 법입니다.”라고 말하자 왕이 그 뜻을 알아채고 물러갔다는 이야기다.

6화: 신부들의 위선을 한 사나이가 재치 있는 말로 폭로하고 골탕을 먹인 이야기. 돈을 밝히는 신부에게 돈을 주어 자신의 죄를 면하게 된 한 사나이가 매일 아침 미사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고 미사참석 후 그 신부님을 찾아가 성경 말씀인 ‘너희들은 하나에 대하여 백을 얻을지니라.’ 라는 얘기에 대해 참으로 옳은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비유하기를 “가난한 사람들이 신부님들한테 매일 수프를 받아먹는데 그걸 나중에 백배로 받게 된다면 신부님들은 수프 속에 빠져 꼼짝도 못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자 신부는 자신들의 위선적인 행동을 비꼬는 말이라는 걸 깨닫고 그를 놓아주었다는 이야기.

<2일차>

7화: 여자의 행실이 미래의 인생과는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 바빌로니아의 공주는 이웃나라 왕에게 왕비로 보내진다. 그런데 공주는 그전에 온갖 재난을 만나 4년 동안 각지에서 아홉 남자의 손을 거친다. 우여곡절을 겪는 바람에 공주는 아홉 남자와 만 번도 넘게 관계를 했지만 이웃 왕에게 숫처녀로 시집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세상에는 '키스를 받은 입은 바래지기는 커녕 달처럼 더욱 윤기가 난다.'고 하는 말이 전해지게 된다.

<3일차>

10화: "악마(고추)를 지옥(음부)에 밀어 넣어야 한다." 면서 유혹하는 어느 신부의 이야기.

튀니지의 어느 부호의 딸이 하느님에게 봉사하는 길을 찾기 위해 신부를 찾아갔는데 미모의 딸을 본 신부는 흑심을 품고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며 이것은 악마인데 당신의 몸속 지옥 깊은 곳에 넣어 죽여야 한다고 속여 하룻밤을 지낸다. 그 후 신부는 성욕이 생길 때마다 악마를 지옥에 밀어 넣었는데 나중에는 성욕에 눈을 뜨게 된 딸이 오히려 자기의 지옥 속에 악마를 넣어달라고 조르게 된다. 그 후 신부를 떠나 고향에 온 딸은 동네의 난봉꾼과 결혼하여 잘 살게 된다는 이야기.

<6일차>

4화: 학 다리에 관한 이야기. 하인이 주인식탁에 올릴 학 고기를 요리하다가 그만 다리하나를 먹어치우게 되자 주인이 왜 다리가 하나냐고 묻자 하인 왈 학은 원래 다리가 하나라고 고집한다. 학의 다리수를 놓고 서로 다투다가 결국 들판에 나가 확인하기에 이르는데 마침 벌판의 학들이 모두 한 다리로만 서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에 주인이 ‘훠이훠이’ 하고 소리 내 쫓으니 학들이 날아가면서 두 다리가 보이게 되는데 그걸 보며 주인이 학이 두 다리가 아니냐고 다시 말하자 하인이 대답하길 그날 식사 때에는 주인님이 그 소리를 치지 않았으므로 학이 두 다리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재치 있게 답변하는 바람에 서로 화해하게 되었다는 일화.

6화: 얼굴이 못생긴 가문이 더 오래된 좋은 가문이라는 이야기. 그 증거는 못생겼다는 것은 아직 잘생긴 작품을 만들기 전의 하느님의 습작품이므로 그렇다는 말씀.

<8일차>

1화: 친구의 아내를 탐하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 이야기. 친구한테 돈을 빌린 후 그 돈을 그 친구아내에게 찾아가 동침하면 주겠다고 유혹해 일을 치룬 후 그 친구에게는 그 돈을 너의 아내에게 갚았다고 해서 목적을 이룬다는 이야기.

<9일차>

9화: 말 안 듣는 아내를 다루는 법에 대해 솔로몬에게 묻자 솔로몬이 대답하길 거위다리에 가보라고 함. 거위다리 아래에서는 말 안 듣는 노새를 매질하고 있었다고 함. 말 안 듣는 고집 센 아내는 몽둥이로 버릇을 고치라는 솔로몬의 황당한 옛날 말씀들.

<10일차>

8화: 로마의 옥타비아누스 시대의 이야기로 친구(지시푸스)의 우정에 대해 말한다. 지시푸스는 자신의 약혼녀(소프로니아)를 친구(티투스)에게 양보하고 그 친구(티투스)는 약혼녀를 양보한 친구(지시푸스)의 살인누명을 벗겨줌으로서 목숨을 살려주게 되고 티투스는 자신의 재산을 지시푸스에게 나눠주고 누이동생을 준다는 이야기.

약 700년 전의 이야기 모음집인 데카메론을 읽어보면 그야말로 "사람 사는 게 그때나 지금이나 다 비슷하구나" 하는 '위대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데카메론/조반니 보카치오/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