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부부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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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다운 부부의 비결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3.10.06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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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현숙 심리치료사, 박사

 

 

‘백발의 연인’, KBS 인간극장(유튜브에 치면 나온다)에 상영되었던 5부작 이름이다(할아버지 94세, 할머니 87세). 그 뒤 2014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영화로도 이분들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세간에 크게 화제가 되었던 노인 부부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정다운 부부의 비결을 배울 수 있다.

 작은 일에도 ‘고맙다’, ‘예쁘다’라는 긍정적인 인사말 사용이 정을 낳는다

할머니는 14세에 시집와서 17세부터 자녀를 낳기 시작, 자녀 12명을 낳았고 44세에 출산이 끝났다. 할머니는 많은 자녀를 낳은 일이 쑥스러웠던지, 남편에게 뭔 자녀를 이렇게 많이 낳았느냐고 타박 투로 말했다. 할아버지는 “애는 내가 낳았나? 댁이 낳았지.” 하며 장난스레 대꾸하신다. 이렇게 두 분 사이에는 가벼운 유머가 왔다 갔다 한다.

두 분이 상당한 연세에도 불구하고 인지 능력, 생활 능력, 정신과 정서, 신체가 모두 건강하시다. 할머니는 여전히 김치를 담가 드시고, 반찬을 손수 만들어서 식사하신다. 아직도 할머니는 바늘귀를 꿰고 바느질도 하신다. 커다란 수건을 반으로 잘라서 두 개의 작은 커플 목수건을 뚝딱 만들어 당신도 두르시고, 남편 목에도 걸어준다. 쌀쌀한 날씨에 목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남편 할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옛날에는 할머니가 바느질하는 모습이 예쁜 줄 몰랐는데 요즘 보니까 예뻐 보인단다. 이분들의 언어의 특징은 유머가 있고, 작은 일에도 ‘고맙다’, ‘예쁘다’라는 긍정적인 인사말을 수시로 교환하신다. 정이 안 생길 수가 없다.

 

 삶이란 현재의 내 생활에 충실할 때 부분이 아닌 전체가 된다

두 분은 학교에 다녔던 분들 같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지혜가 많으실까? 지혜는 지식과는 관계가 없고, 성장했던 가족의 분위기와 성격에서 나오는 거 같다. 성격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니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할아버지는 가정에서의 남자의 역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셨다. 즉 남편은 자고로 여자를 데려오면 돈을 잘 벌어 아내를 고생시키면 안 되고, 아내를 먼저 사랑해 주는 등 잘 대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가 먼저 여자를 더 사랑해야 하는 것이라고도 하셨다. 가장 기본적이고도 간단한 진리를 할아버지는 꿰뚫고 계셨다.

많은 여성 작가들이 쓴 글에는 외도하는 남편을 고발하는 내용이 종종 있다. 왜 그렇게 남편들이 아내가 암이나 류마티스로 투병 중인데 아픈 아내를 돌보지 아니하고, 아내를 외면한 채 외도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인간적인 도덕의식이 실종된 모습이다. 남편이 먼저 아내를 사랑해 주면 아내는 온 마음을 다해 헌신적으로 남편을 사랑한다. 그렇게 서로에게 집중할 때 최고의 기쁨과 행복을 맛보게 될 수 있음을 남성들이 잘 모르는 거 같다. 가정을 떠나 한눈을 팔게 되면 일상의 지루함에서 잠시 벗어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자신의 삶을 배반하는 것이다.

삶이란 현재의 내 생활에 충실할 때 나의 삶을 ‘전체’(a whole)로 사는 것이 된다. 단맛만 추구하는 일탈은 전체로 사는 것이 아니고, 부분(a part)으로 사는 것이다. 부분으로 사는 삶에는 참 행복이 있을 수 없다.

 

 맨드라미 꽃다발을 내미는 할아버지 마음

현대사회는 혼전 생활과 동거가 일반화되는 등 전통적인 건강한 가족 개념과 부부 개념이 점점 보기가 힘들어졌다. 개인의 쾌락적 욕구를 최대한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는 일탈이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자기를 좋아해 주니까 할아버지에게 폭 빠졌단다. 할머니는 다음 생에도 자기를 좋아하는 할아버지와 다시 만나 살겠다고 하신다. 둘 사이에 깊은 사랑과 신뢰가 보인다. 할아버지는 어린아이 같은 장난기가 있으시다. 장난기가 발동하면 할머니를 놀리는데 할머니는 그 장난을 싫어하신다. 그만하라고 하는데도 할아버지가 계속하면 그만 분하고 속상해서 할아버지를 피해서 저쪽으로 가서 눈물을 훔치기도 하신다. 그때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달랠 궁리를 하신다.

집 앞에서 자라난 과꽃과 맨드라미꽃을 몇 송이 꺾어서 할머니 눈앞에 쓱 들이미신다. 꽃을 좋아하는 할머니는 그만 할아버지의 마음 씀에 화를 풀고, 배시시 웃으신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울다가 웃는다고 또 놀리신다. 할머니는 그러는 자신이 민망스럽다고 말하면서도 좀 전에 분한 마음을 다 씻어 내신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시다.

 

 싸워도 한방에서 자야 정이 생긴다

결혼을 앞둔 손녀에게 할머니는 당신의 결혼관을 심플하고, 자연스럽게 전수하신다. “싸우더라도 내일 안 살 것도 아닌데 각방 쓰지 말고, 한방에서 자거라. 한방에서 자야 정이 생긴다.” 할머니는 싸우고 나면 등을 돌려 누워 자게 되지만, 자는 사이 어느새 서로 마주 보게 되고, 아침이면 다 풀린다고 이야기하신다. 나이가 그렇게 많은 데도 그 태도의 유연성이 놀랍기 그지없다. 그 유연성은 우선 ‘부부 개념’이 탄탄한 데서 나온다. 그리고 그 생각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쌓아진 신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