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서 달과 노닐며(漢浦弄月)
일락사유백(日落沙逾白)/해저물녘에 모래사장 더욱 희고
운이수경청(雲移水更淸)/구름 지나가니 강물이 한결 맑다
고인농명월(高人弄明月)/고고한 선비 밝은 달과 노니는데
지흠자란생(只欠紫鸞笙)/다만 피리소리 없는 것이 한이다
*달과 물의 변주
고려 말의 학자이며, 삼은(三隱)의 한 사람으로 잘 알려진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시입니다. 이 시를 읽다 보면 옛날 한강의 노을이 지는 저녁 풍경과 때마침 떠오르는 달의 아름다움이 선연하게 떠오릅니다.
1구와 2구는 저녁노을이 질 무렵의 한강 풍경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해가 막 서쪽으로 기울 때, 노을에 반사되는 한강 백사장의 반짝이는 모래가 매우 아름답습니다. 강물에 드리웠던 구름 그림자까지 걷히고 나니 물은 더욱 맑을 수밖에 없습니다.
잠시 후 어둠이 내리며 맑은 강물에 달이 둥둥 떠서 흐릅니다. 이때 하늘에 뜬 달과 강물에 빠진 달을 번갈아 바라보는 고고한 선비(여기서는 이색 자신, 시인)는, 이 아름다운 정경 속에서 피리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 다만 아쉬울 따름입니다.
달빛은 수직의 흐름이고, 강물은 수평의 흐름입니다. 달과 물의 교직 작용에 의하여 한강의 흐름은 절정에 이르게 되는데, 그 정취를 더욱 돋보이게 해줄 피리소리가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달과 물의 변주만으로도 이미 그것은 훌륭한 음악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피리소리를 대신하여 이러한 시를 읊고 있는 것입니다.
Tag
##한시 #한강 #광파 #이색
저작권자 © 종로마을 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