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울짱(鹿柴)
상태바
사슴울짱(鹿柴)
  • 曠坡 先生
  • 승인 2023.09.19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슴울짱(鹿柴)

 

공산불견인(空山不見人)/빈산에 사람의 모습 보이지 않고

단문인어향(但聞人語響)/단지 사람의 말소리만 울려오는데

반경입심림(返景入深林)/저녁햇살 깊은 숲속으로 비껴들어

부조청태상(復照靑苔上)/다시 새파란 이끼 위를 비쳐주네

 

 

*비밀스런 자연의 극치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왕유(王維)의 시입니다. 이 시는 그의 ‘망천(輞川)’ 20경중의 하나입니다.

망천은 왕유가 벼슬길을 마다하고 시골의 한적한 곳에 별장을 짓고 살던 곳이고, 그곳의 20경 중 네 번째로 읊은 것이 ‘녹채(鹿柴)’, 즉 ‘사슴울짱’입니다.

전반 1구와 2구는 청각적 이미지를 살려, 사람의 말소리만 간간이 울려오는 것으로 빈산의 고요함을 더욱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후반 3구와 4구는 시각적 이미지를 살려, 햇살과 이끼의 비밀스러운 만남을 통한 자연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빽빽한 밀림의 어둠 속으로 저녁 햇살 한 자락이 비쳐들어 이끼의 생명력을 되살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사슴은 그런 은밀한 곳에서 습한 이끼와 가끔 비쳐드는 햇살을 받으며 사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