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을 부르는 비(催詩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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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을 부르는 비(催詩雨)
  • 曠坡 先生
  • 승인 2023.09.0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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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한 편의 시

                      시심을 부르는 비(催詩雨)

 

운쇄청산반토함(雲鎖靑山半吐含)/구름이 푸른 산 둘러 반쯤 머금다 토해내니

맥연비우쇄서남(驀然飛雨灑西南)/돌연이 빗발울이 흩날려 서남쪽을 씻어주네

하시최견최시의(何時最見催詩意)/어느 때 가장 시를 짓고 싶은 마음 이는가

하상명주주양삼(荷上明珠走兩三)/연잎 위 맑은 구슬 두세 방울 구를 때라네

 

 

 

*아름다운 한 편의 수채화

조선 중기의 대학자 이율곡(李栗谷)의 시입니다.

늦여름의 정취가 한껏 묻어나는 이 시에서는 단아한 선비의 시심이 느껴집니다. 자연을 바라보는 시인의 심경은 여유롭기 그지없습니다.

1구와 2구는 시인의 시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풍경을 읊은 것으로, ‘푸른 산’이나 ‘구름’이나 빗방울 흩날리는 모습이 모두 시각적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구와 4구는 시인 자신의 마음속 풍경을 읊고 있는데, 연잎 위에 물방울이 구르는 소리로 청각적 이미지를 연주해내고 있습니다.

시각과 청각의 만남은 시인으로 하여금 문득 시심이 일게 합니다. 그래서 시는 아름다운 한 편의 수채화를 그리면서, 동시에 시인의 내면 풍경을 그윽한 음률로 들려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