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냇가에 살며(溪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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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냇가에 살며(溪居)
  • 曠坡 先生
  • 승인 2023.08.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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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냇가에 살며(溪居)

 

문경부청계(門徑俯淸溪)/문 앞길은 시냇물을 굽어보고 있고

모첨고목제(茅簷古木齊)/누옥의 처마와 고목이 어우러졌다

홍진비불도(紅塵飛不到)/세상 티끌 날아와 닿을 수 없으니

시유수금제(時有水禽啼)/때때로 물새 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순수 절규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배도(裴度)의 시입니다.

시냇물과 초가와 고목과 물새 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이 그 가운데 존재합니다. 세상 티끌은 어디에도 날아와 붙을 수 없는 청빈의 삶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으로 족합니다.

왜 그런지 이 시를 읽으면 아주 시원한 기분이 듭니다. 온갖 분진 속에서 집착과 욕망에 사로잡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 시는 하나의 '순수 절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때때로 들려오는 물새 소리 하나만으로도 배가 부릅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물새소리가 집착과 욕망의 허울을 벗겨주는 청량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