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친절해야 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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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친절해야 하는 이유는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3.08.1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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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현숙 심리치료사, 박사

 

이 세상에는 건강한 사고체계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다. 건강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 말이다.

지난주 일산에서 광화문 가는 버스를 탔다. 폭염으로 모두 지친 창밖 풍경과는 달리 버스 안은 쾌적하다. 버스에 설치된 홍보 모니터에 가수 장윤정 씨 목소리가 나왔다. 그녀가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그녀가 외향형이라서 사람을 좋아한다기보다 사람을 향해 마음이 열려있다고 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친절해야 하는 이유를 장윤정 씨가 말하고 있었다. 인간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다. 혼자 지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 역시 많은 이들의 도움에 의존해서 살고 있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수고와 땀을 먹고 산다.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는 사람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안면을 튼 사이에선 그런대로 친절하다. 모르는 사람에겐 불친절하거나 퉁명스럽고 무심하게 행동하기도 한다. 아들이 사는 울산시 중구 에일린의 뜰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선 타고 내릴 때 언제나 사람들이 인사를 나눈다. 그들은 외지인인 나에게도 인사를 한다. 탈 때 인사를 하지 못했으면, 내릴 때라도 꼭 인사를 한다. 나도 그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면 다른 사람과 인사를 하게 된다. 인사라는 게 특별한 인사말을 하는 게 아니다. 내릴 때 인사말은 “안녕히 가세요”가 전부이다. 그래도 얼마나 훈훈함을 느끼게 되는지 모른다. 친절은 마음을 따듯하게 하고, 기분 좋게 해 준다. 단지 엘리베이터 안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향해서 그렇게 마음이 열려있고,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산다면 우리네 삶이 어떨까 상상해본다.

장윤정 씨의 말을 조금 더 인용해 보면, 그녀는 자신이 현재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고 여기까지 왔으므로 무슨 일을 하든, 그곳에서 사람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한단다. 내가 다른 사람과 함께 존재한다는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가. 그 바탕엔 내가 귀중하고,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도 귀중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있다. 그러니 어떻게 함부로 타인을 대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우린 종종 이 생각을 잊고 산다. 나를 무가치하게 여기거나 남도 무가치한 듯이 대한다.

 

 친절은 감동, 잔소리는 관계 악화

밖에서는 아는 사람들에게 친절한 척이라도 하지만, 가까운 가족에게는 그러지 못할 때가 너무 많다. 부모는 다 큰 자녀에게 술 조금 마셔라, 부지런해라 등 잔소리하다가 자녀와 다툼을 하게 되고, 사이가 어색해진다. 잔소리는 친절과 거리가 있다. 친절은 감동을 주는 반면, 잔소리는 관계를 악화시킨다. 부부는 배우자에게 기대치가 있는 만큼 서로에게 불만하기 쉽다. 쉽게 감정이 상하고, 상대에게 친절하지 못할 때가 많다. 불편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지금 내 마음에 평화가 있는가? 감사하는 마음이 있는가? 내 마음 점검시스템을 늘 작동시켜 보아라. 왠지 불편하고, 불만스럽다면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친절하지 못해서 망친 관계일 수 있다. 하찮은 이유로도 내 옆의 평생 짝과 자녀에게 친절 대신 불만을 뱉어낼 수 있다. 직장에선 어떤가? 상사는 부하 직원에게 업무와 관련해서 스트레스를 주면서 부하 직원을 힘들게 할 수 있다. 그것도 친절하지 않은 것이다. 부하 직원은 그 상사로 인해서 불편함을 수시로 경험하게 된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어떤가? 시기심으로, 또는 왠지 맘에 안 들어서 친절하게 대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친절은 타인에게 베푸는 거지만, 결국 그 친절은 나 자신이 누리는 것이다. 이 당연한 진실이 알면서도 잘 안 되기도 한다. 친절에 실패하고 마음이 불편할 때 마음 리셋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