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漁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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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漁父)
  • 曠坡 先生
  • 승인 2023.08.04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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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부(漁父)

 

수첩청산수곡연(數疊靑山數谷烟)/첩첩이 청산이고 골마다 연기 솟는데

홍진부도백구변(紅塵不到白鷗邊)/세상 티끌 없는 곳 흰 갈매기 한가롭네

어옹불시무심자(漁翁不是無心者)/고기 잡는 노인도 무심하지만은 않아

관령서강월일선(管領西江月一船)/서강에 뜬 달 하나 배에 싣고 돌아오네

 

 

*마음이 부자인 까닭

조선조 세종~단종 때의 문신 성간(成侃)의 시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다 욕심이 있습니다. 다만 사람에 따라 그 욕심의 크고 작음이 다를 뿐입니다. 속세에 사는 사람은 물질에 대한 욕망이 강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은 마음에 대한 욕구가 강합니다. 물질에 대한 집착은 작은 욕심이고, 마음에 대한 열망은 큰 욕심입니다.

속세를 벗어나 살면 첩첩산중의 청산이 다 자기 것이고, 골짜기마다 피어오르는 연기가 다 풍요의 상징입니다. 그런 곳에 사는 무심한 어부인들 왜 욕심이 없겠습니까? 강에 뜬 달을 건져 배에 가득 싣고 오는 그 마음이 또한 욕심 아니겠습니까?

마지막 4구가 절창입니다. 강에 뜬 달을 건져 배에 가득 싣고 오는 어부의 등이 부럽습니다. 그 달빛 눈부신 흰 적삼의 등이 비록 꾸부정하고 초라해 보이더라도 그는 마음이 부자인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