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산(遠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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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산(遠山)
  • 曠坡 先生
  • 승인 2023.07.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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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산(遠山)

 

산색무원근(山色無遠近)/산색은 하나 같이 멀고 가까운 구별이 없고

간산종일행(看山終日行)/종일토록 산의 경치를 구경하며 길을 간다

봉만수처개(峰巒隨處改)/뽀족 봉우리, 둥근 산따라 모양이 변하지만

행객부지명(行客不知名)/길 가는 사람은 정작 그 이름을 모르는구나

 

*산과 한 몸이 되어

북송 시대의 시인으로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구양수(歐陽修)의 시입니다.

깊은 산속에 들면 원근을 모릅니다. 멀고 가까운 산이 다 한 색깔이고, 높고 낮은 봉우리가 다 그 산이 그 산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산속을 가는 나그네는 그 산봉우리의 이름을 굳이 알 필요도 없고, 그저 산속을 걷는다는 즐거움만으로도 족합니다.

이때 비로소 산과 나그네(시인)는 한 몸이 됩니다. 산에서 이만큼 떨어져 있을 때 그 산봉우리의 존재를 인식하고 이름을 부르게 되지만, 산의 품에 안겼으니 사람도 같은 존재이므로 굳이 따로 이름을 부를 필요가 없습니다. 즉 푸른 산색으로 인하여 멀고 가까움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산과 인간도 더불어 하나로 변한 것입니다.

산은 멀리 있는 풍경이 아름답고 물은 가까이 있는 풍경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래서 흔히 ‘원산근수(遠山近水)’라고도 합니다. '먼산'이라는 이 시는 굳이 산을 아름답다고 표현하지 않으면서, 그 아름다움의 진수를 다 말하고 있습니다. 길을 가는 나그네 한 사람이 산의 품에 안기면서 비로소 그 산의 아름다운이 존재의 의미를 드러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