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욕망으로 망가져 가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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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욕망으로 망가져 가는 아이들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3.07.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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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 예현숙 박사

 

 

 

“아이들은 지금 당장 놀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합니다!” 지난해 방영됐던 연속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아이들 해방 사령관 역할을 자처한 ‘방구뽕’씨가 했던 말이다. 이 드라마의 한 장면은 ‘방구뽕’이라는 사람을 등장시켜서 욕망으로 가득 찬 부모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다.

 

 

로봇처럼 살아가는 아이들

내가 이용하는 탁구장에서의 장면이다. 나의 레슨 뒤에는 5학년 초등학교 남학생 차례이다. 그 소년은 언제나 스마트폰으로 엄마와 긴밀하게 연락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런 모습이 엄마의 리모컨에 의해서 조종되는 로봇처럼 보였다. 소년에게 자율적인 모습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그 학생은 엄마에게 잘 순응하는 착한 아들로 보인다.

어제는 레슨 시간과 관련해서 약간의 지연이 발생해서 탁구장 관장이 그 점에 양해를 구하자, 그 아동은 바로 엄마와 통화하더니 다음 수업이 있어서 그냥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다음 수업이 무엇인가 물어봤더니 ‘역사’ 공부이고, 9시까지 한다고 했다. 그때 시간이 오후 5시 반, 초등학교 5학년생이 철저하게 엄마에 의해 시간이 관리되는 모습이다. 늦은 시간까지 빡빡한 스케줄에 따라 공부해야 하는 소년이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의 욕망대로 살아가는 아이들

어쩌면 일찍이 그렇게 길들여 있어서 자율적인 모습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높은 성적, 명문대 입학에 거는 기대는 부모의 욕망일 뿐 자녀의 욕망은 아니다. 부모의 욕망을 대신해서 살아가야 하는 자녀들이 우리나라에 너무 많다. 자녀를 한둘밖에 낳지 않은 까닭에 엄마들이 자녀들의 삶에 지나치게 많이 개입한다. 자녀가 많으면 그렇게 참견할 수가 없다. 옛날에는 자녀들이 많아서 엄마가 일일이 참견할 수도 없고, 자기들이 알아서 자랐던 그 시절이 정신건강에 훨씬 좋았다.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는 요즘 아이들의 정신건강이 우려스럽다.

 

반항하는 자녀는 희망이 있다

어린 시절은 힘이 약해서 엄마에게 순응하게 되지만, 이러한 남자아이들은 나중에 ‘마마보이’가 될 확률이 높다. 또는 청소년 때 심하게 반항하는 자녀가 되어서 부모가 감당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그래도 반항하는 자녀는 희망적이다. 반항조차 하지 못한 자녀는 무기력증에 빠진다.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는 자기의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고,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자녀들이 커서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엄마들이 자녀를 조종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녀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녀는 어려서 잘 모르기 때문에, 이 험난한 세상에서 성공하고 잘 살아 내려면 어릴 때부터 잘 이끌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엄밀히 들여다보면, 부모가 이루지 못한 자신의 욕망을 자녀에게 집어넣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의 열등의식을 보상받기 위해서 자녀를 조종하는 것이다. 자녀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해선 관심이 없다.

 

부모가 자녀를 믿으면 배신하지 않는다

자녀가 커 가면서 하고 싶은 꿈은 계속 바뀌거나 혹은 확장해 갈 수 있다.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모를 수도 있다. 그래도 끝까지 자녀를 믿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믿는 만큼 자녀는 부모를 절대 배반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어려서부터 책을 읽도록 안내하면서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그리고 자녀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서 즐기도록 해 준다면, 나중에 때가 되었을 때 자기의 길을 찾아 잘 걸어갈 수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장래 의사 만들기 위해서 공부시키는 그룹이 있다는 최근 뉴스도 있다. 부모의 욕망과 잘못된 가치관이 자녀들을 망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