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들과 금덩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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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들과 금덩어리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3.07.1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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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전래동화

 

어느 마을에 딸만 셋을 둔 노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세 딸을 모두 시집보내고 나서 아내까지 몹쓸 병으로 죽고 나자 노인은 혼자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노인의 처지를 딱하게 생각하여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이렇게 혼자 지내시지 말고 더 늙기 전에 양자를 들이도록 하세요.”

“딸들이 있는데 뭔 걱정이오? 더 늙으면 딸네들 집을 전전하며 살면 되지.”

노인은 시큰둥하게 말했습니다.

“시집을 가고 나면 딸들은 남의 자식입니다. 그러니 노후에 의지할 아들이 하나 있어야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결국 노인은 양자를 들이기로 하고, 먼 친척 가운데 아들이 많은 집 막내아들을 데려왔다 .양아들은 마음씨가 착하고 온순하였습니다. 곧 혼기가 닥쳐 결혼을 시켰는데, 들어온 며느리 역시 착실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노인은 이미 딸들에게 재산을 다 나누어주어, 남은 것이라곤 숟가락 몇 개뿐이었습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식구가 셋으로 불어나자 노인은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흉년이 들어 굶기를 밥 먹듯이 하던 어느 날 양아들이 말했습니다.

“아버님! 저희 세 식구가 한데 모여 살다가는 하루 세 끼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다른 곳에 가서 먹고 살 방법을 모색해 보겠으니, 아버님은 저 사람과 함께 집에 계십시오.”

그 말을 들은 노인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대답하였습니다.

“네가 말하는 뜻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만, 결혼한 지 얼마 안 되는 부부가 떨어져 살 수야 없지 않느냐. 그러지 말고 네 안식구도 데리고 떠나거라. 나야 시집간 딸들 집을 찾아다니면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다.”

양아들은 아내를 남겨두고 떠나려고 했지만, 노인의 반대를 물리칠 수가 없어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혼자 남겨진 노인도 그동안 살던 집을 버리고 딸들의 집을 찾아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노인은 첫째 딸네 집으로 갔습니다.

“아버지! 참 잘 오셨어요.”

첫째 딸은 아주 반색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아버지가 갈 생각을 하지 않자, 점점 첫째 딸의 구박이 심해졌고 나중에는 짜증을 내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아버지! 우리 집에 오신 지 벌써 두 달이 넘었어요. 이제 둘째네 집으로 가시지요.”

할 수 없이 노인은 보따리를 싸 가지고 둘째 딸네 집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둘째딸은 한 달을 채 못 넘기고 아버지를 셋째 딸네 집으로 쫓아버렸습니다.

셋째 딸은 열흘을 못 넘기고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흉년이 들어서 우리 집 식구들도 먹고 살기 어려워요. 그래도 형편이 우리보다 나은 큰언니 집으로 가보세요.”

노인은 셋째 딸의 말을 듣고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시 첫째 딸네 집으로 갈 수도 없는 처지였던 것입니다.

노인은 무작정 셋째 딸네 집을 나섰습니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어서 이 고생인고.”

노인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밥을 빌어먹었습니다.

그렇게 돌아다니던 노인은 어느 마을 앞에 이르러 냇가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다리가 아프기도 하였지만 너무 배가 고파 물이라도 마셔서 허기를 면하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 냇가에서 빨래를 하던 어느 여인이 노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습니다.

“어머, 아버님 아니세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노인이 쳐다보니 바로 양아들의 아내, 즉 자신의 며느리였습니다.

“네가 여기서 살고 있었구나.”

노인은 며느리를 보자 눈물이 나도록 반가웠습니다.

“우리 집으로 가시지요.”

며느리는 노인을 모시고 다 쓰러져 가는 초가집으로 향했습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양아들도 반가워하였습니다.

“아버님! 그동안 부지런히 일한 덕분에 목구멍에 풀칠은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같이 사시지요.”

노인은 못이기는 척 양아들의 청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사이에 양아들 부부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었습니다. 낮에는 며느리가 이웃집으로 빨래품을 팔러 가기 때문에 노인이 아이를 돌보아야만 하였습니다.

“아버님! 여기 술과 떡이 있습니다. 출출하실 때 드시도록 하세요.”

며느리는 노인에게 아이를 맡기고 나가면서 말했습니다.

노인은 한나절이 지나 아이가 잠들자, 출출한 뱃속을 달래기 위해 술과 떡을 먹었습니다. 술에 취한 노인은 아이 곁에 누워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았습니다.

일을 마치고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온 며느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방문을 열자 노인은 술에 취해 골아 떨어졌고, 아이는 노인의 발꿈치에 눌려 그만 숨이 막혀버린 것입니다. 뒤미처 돌아온 양아들도 그것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 아이는 죽었소. 아버님이 깨어나시지 않도록 조용히 아이를 내다 뒷동산에 묻읍시다.”

양아들 부부는 죽은 아이를 뒷동산 양지바른 언덕에 묻으려고 땅을 팠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큰 돌덩이가 나왔습니다.

양아들이 돌덩이를 캐내려고 비지땀을 흘릴 때, 그의 아내가 소리쳤습니다.

“어머! 아이가 살아 있어요. 쌔근쌔근 숨 쉬는 것 좀 봐요.”

기적처럼 아이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만약 땅에서 돌덩이가 나오지 않았다면 그만 아이를 묻어버리고 말았을 것입니다.

“이 돌덩이가 우리 아이를 살렸군! 기념으로 가져가야겠는걸.”

양아들은 돌덩이를 들고, 그의 아내는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양아들이 뒷동산에서 들고 온 돌덩이는 금덩어리로 변해 있었습니다. 밤새 비가 내려 흙이 씻겨 나가자 제 빛을 내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양아들 부부는 그 금덩어리를 팔아서 노인을 모시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 행운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노력하고 정성을 다 바치고 착한 마음으로 사는 사람에게 행운은 오게 되어 있습니다. 감나무 밑에 누워 입을 벌리고 연시가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설사 행운이 온다 하더라도 그냥 지나갑니다. 아니, 자신에게 행운이 온 것을 모르고 그냥 무심히 지나쳐버리기 때문에 오는 행운도 놓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