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의 여름날(山亭夏日)
상태바
산정의 여름날(山亭夏日)
  • 曠坡 先生
  • 승인 2023.07.06 1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정의 여름날(山亭夏日)

 

녹수음농하일장(綠樹陰濃夏日長)/푸른 나무 짙은 그림자 여름날은 길고

누대도영입지당(樓臺倒影入池塘)/누각의 그림자 연못 속에 비치고 있네

수정렴동미풍기(水精簾動微風起)/수정구슬발 흔들리도록 미풍은 이는데

일가장미만원향(一架薔薇滿院香)/시렁의 장미 향기 집안 가득히 퍼진다

 

 

*여름날의 그윽한 정취

중국 당나라 때의 문신 고병(高騈)의 시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 저절로 삽상한 여름날의 풍경이 눈에 잡힐 듯 다가옵니다.

1·2구의 ‘그림자’가 보여주는 시각적 이미지는 3구의 ‘수정구슬발 흔들리’는 청각적 이미지로 승화되고, 4구의 ‘장미 향기’가 주는 후각적 이미지에 의하여 여름날의 정경이 입체적으로 다가옵니다. 감각적 이미지의 극치를 보여주는 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루하고 긴 여름날이지만, 수정구슬발을 흔드는 미풍은 충분히 삽상한 기운을 느끼게 해주며, 장미 향기는 그윽함으로 온통 정신을 취하게 만듭니다.

이 시를 읽으며 산속에 맞는 여름날의 즐거움을 대리만족으로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또한 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