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좌우할 ‘내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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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좌우할 ‘내면 아이’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3.06.2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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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 예현숙 박사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 말을 막 시작한 아이를 보고 찡그리는 사람은 없다. 아기의 사랑스럽고 생기발랄한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아기에게 필요한 건 절대적인 사랑과 돌봄이다. 아이가 요구하는 것은 긍정적이고 조건 없이 받아들여져야 한다.

 

 몸은 어른이지만 내면에 ‘상처받은 아이’가 있어요

좋은 경험이 많은 아이는 자신이 아주 중요하고 ‘귀한 존재’라고 느끼며 자란다. 만약에 아이가 부모로부터 대우를 잘 받지 못한다면, 아이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대신, 주눅이 들고 부끄러워하게 된다. 몸은 점점 성장하여 어른이 되지만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는 그대로 어른의 심리 속에 남아 있게 된다. 내면의 상처받은 아이는 어른의 심리 속에서 성인답게 행동하는데 계속해서 지장을 준다. 어른답지 않은 유치한 행동을 하거나, 분노로서 심하게 가족을 공격하기도 한다. 자신의 모든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자신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상대의 감정이 어떤지, 자기가 진정으로 어떤 것을 원하는지 모르게 된다. 관계 맺기를 지나치게 두려워하기도 한다.

어릴 때 상처를 입는 경우의 수들은 매우 많다. 내면 아이 치료전문가인 존 브래드쇼(John Bradshaw)는 상처받은 내면 아이는 인생을 망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당신이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마음과 달리 어떤 일에 불쑥, 내 행동이 너무 유치하게 나와서 그 일로 자신이 싫어진다면, 그 사람의 내면에 상처받은 아이가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

 

 어릴 때 형성된 슬픔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

어린 자녀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엄마가 지속적으로 일하러 나간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돌봐줄 할머니는 기동을 잘할 수 없는 상태여서 오히려 할머니의 요구를 어린 꼬마가 들어주며 지내야 했다. 꼬마는 신나고 즐겁게 놀아 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꼬마는 자라서 현재 초등학교 자녀를 둔 성인이 되었지만, 지금도 왠지 이웃과 관계 맺기가 어렵고 살아가는 게 매사에 힘들다.

어릴 때 형성이 된 슬픔은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 이 여성은 기분 부전(우울증보다 약한 상태) 상태로 거의 언제나 삶에 활기를 느끼지 못하고 지낸다. 삶에서 생생함을 구현해 내지 못하는 성격(돌봄 받지 못한 환경에 의해 형성)은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되어서 자녀 역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남편에게 늘 지나친 애정 요구를 하게 되고, 시댁과의 관계에서 능동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못해서 두려움으로 떠는 모습을 보았다.

 

 아이는 잘하건 못하건 존재 자체로 귀하다

존 브래드 쇼가 소개한 한 사례를 들면, 엄마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양상이다. 어떤 할머니는 자신의 어머니가 자랄 때 단 한 번도 ‘사랑한다. 라고 말해주지 않았단다. 그 노인의 어머니는 그녀가 아주 많이 아플 때나 피아노를 잘 쳐서 당신을 자랑스럽게 했을 때만, 약간의 관심을 보였다.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릴 때만 자신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던 거였다. 이 사례는 어머니가 있는 그대로 아이를 사랑한 적이 없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할머니는 일평생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느꼈을 외로움을 해결하려고 고생했을 것이다.

 

 어떻게 내 아이를 생기발랄한 아이로 자라게 할 수 있을까

또한 일반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엄마들이 행동이 심한 어린 자녀들을 다루기 힘들어서 또는 자신의 성격 탓에 자녀들을 마구 억누르고 함부로 말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자녀가 부모의 눈치를 보거나 반대로 엄마에게 마구 대들게 된다. 기억할 것은 반복적으로 야단을 받은 아이는 상처를 받고, 자신을 ‘귀한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 어떻게 내 자녀가 생기발랄한 ‘놀라운 아이’로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자녀 앞에서 숨을 크게 들이켜고, 그 아이가 ‘나’라고 바꿔 생각해 보자. 한 번 더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내 아이를 생기발랄한 아이로 자라게 하는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