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初夏)
상태바
   초하(初夏)
  • 曠坡 先生
  • 승인 2023.06.22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하(初夏)

 

천지홍권녹초균(千枝紅卷綠初均)/온 가지 꽃이 지자 신록이 파릇파릇

시지청매감물신(試指靑梅感物新)/청매실 손으로 가리키니 감흥 새로워

곤수지응소주영(困睡只應消晝永)/긴 낮 보내기는 곤한 잠이 제격인데

불감황조환인빈(不堪黃鳥喚人頻)/꾀꼬리 자주 울어대니 잠들지 못하네

 

 

*초여름의 선물

충렬왕 때의 문신 곽예(郭預)의 시입니다.

초여름의 일상이 눈에 잡힐 듯 다가오게 하는 시로,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시각과 청각과 이미지가 돋보입니다. 신록과 청매실은 시각적 이미지로 시인의 감흥을 일깨워주고 있고, 꾀꼬리는 그 지저귀는 소리로 청각적 이미지를 살려냅니다.

시인은 애써 꾀꼬리 울음소리 때문에 낮잠을 못 잔다고 투정을 부리지만, 실상은 청각을 즐겁게 해주는 꾀꼬리가 있어 초여름의 맛을 제대로 즐기고 있습니다.

청매실과 꾀꼬리야말로 초여름의 선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눈앞에 그 두 가지가 없다 하더라도, 가만히 눈을 감고 기억을 되살리면 청매실의 싱그러움과 꾀꼬리의 아름다운 소리를 느낌으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