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소식] 전진우 소설집 '곰 발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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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소식] 전진우 소설집 '곰 발가락'
  • 종로마을 N
  • 승인 2023.06.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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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 작가의 새 소설집 『곰 발가락』이 출간되었다. 동학농민전쟁을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게 쓴 『동백』, 한국과 베트남을 관통하는 질곡의 현대사를 다룬 『그대의 강』 등 두 편의 장편에 이은 소설 모음이다.
모두 9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곰 발가락』에는 우리 현대사와 현실의 문제들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촘촘히 이어진다. 친일, 분단, 반공이라는 과거의 덫으로부터 ‘미투 운동’에 노출된 늙은 사내들의 당혹감이라는 현실의 문제까지. 작가는 어느새 진부한 이야기들로 치부되는 그것들이 과연 우리 사회에서 이미 해결된 것이냐고, 그냥 지나간 일처럼 덮고 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
역사와 시대가 강요해온 운명에 포획된 사람들의 등에는 여전히 곰 발가락에 찢긴 상처가 아물지 않았거늘 신자유주의 하 각자도생으로 분투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소설은 과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작가의 말-

꽤 오래 걸어왔다. 걸어갈 길이 얼마나 더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걸어온 길이 남은 길의 몇 곱절은 될 것이다. 1976년 기자가 되었다가 1980년 강제 해직되었다가 1988년 다시 기자가 되었다가 2007년 퇴직했다. 세 번의 ‘되었다가’가 내가 걸어온 길의 주요 이정표이다. 
모든 옛이야기, 지난날의 가치는 거의 진부한 것으로 치부되고, 디지털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능력주의 세상에서 원자화된 개인들이 각자도생으로 분투하고 있는 사회. 그 속에서 소설은 무엇을 얘기해야 하는가. ‘무엇을 얘기하느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문학의 주류가 된 듯싶은 풍토에서 나는 과연 무슨 소설을 쓸 수 있는가. 내일의 전망을 담보하지 못하는 무력함은 어찌할 텐가. 해서 돌아서서 걸어보기로 한다. 기억이 꿈이 되지는 못할지언정 지난 길을 돌아서서 걸어보고자 한다.

 

-추천사-

이 소설집에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과 겸손한 이치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요, 사람으로서의 품격을 지키고 높이기 위한 기쁨과 긴장의 하염없는 과정이 인생임을 오래된 지혜와 꼰대다운 살가운 사랑으로 일깨우고픈 작가의 뚝심과 일갈이 면면히 보인다. 소설이 특정 편향으로 물들고 감성적인 세밀함과 심리의 파노라마에 치중하고 있는 소설판에 이 소설집이 보내는 포효에 독자 대중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 전상기 (문학평론가)

 

-작가정보-

1976년 겨울〈동아방송〉기자가 되었다가 1980년 여름 강제해직 되었다. 해직된 후 재벌그룹 홍보실에서 밥을 벌면서 습작을 했다. 198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1988년 이른 봄 〈동아일보사〉에 복직했다. 월간 〈신동아〉기자로 일하며 소설을 썼다. 1994년까지 두 권의 소설집 〈하얀 행렬〉 〈서울의 땀〉을 냈다. 〈동아일보〉 논설위원, 논설실장, 대기자를 거쳐 2008년 퇴직했다. 퇴직 후 여러대학에서 미디어와 관련해 강의했다. 2010년 이후 ‘동학농민전쟁’에 대해 공부했다. 2014년 장편 역사소설 〈동백〉을 펴냈다. 칼럼집으로 〈역사에 대한 예의〉가 있다. 1949년 서울 출생으로 고려대 국문과와 서강대 언론대학원을 졸업했다.

 

곰 발가락/전진우/문예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