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낳는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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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낳는 방정식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3.04.1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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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 예현숙 박사

 

오랜 갈등 끝에 화해하고, 다시 사랑의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최근에 만났던 40대 말 부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남편은 가정에서 가족과의 불화로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종종 자살 충동을 느꼈을 정도로 심각했었다. 두 사람은 연애하였고, 서로에게 커다란 매력을 느끼고 결혼하였다. 그들은 보완적인 성격의 부부라고 할 수 있다. 보완적인 성격이란 둘의 성격이 상대의 결핍을 채워주고, 장점을 돋보이게 해 줄 수 있음을 말한다. 이같이 멋있게 들리는 말이긴 해도, 실상은 현실에서 하기에 따라서 갈등을 많이 일으킬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빠가 화를 내는 이유

아내의 말에 의하면 결혼 후, 처음 몇 년간은 성격 차이로 정말 힘들었다. 자신이 선택한 결혼이기에 참고 지낸다고 말했다. 자신과 성격이 닮은 사춘기 자녀들이 아빠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을 볼 때는 저절로 아이들 편에 서게 되었다. 자연히 남편이 소외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이 아빠에 의해 상처받기 쉽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남편이다. 아이들과 엄마는 한편이 되어서 잘 지내고 크게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남편은 자신이 돈 벌어오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단단히 삐쳐있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소리 지르며 화를 내곤 했다.

아빠는 원리 원칙적이고, 경우가 올바른 사람이다. 집을 들어오고 나갈 때 아이들이 인사해 주길 바란다. 집안에서 가족 모두가 각자 자기 몫을 해 주길 기대한다. 그런 기대와 달리 자신의 말을 영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이 이해되지 않을뿐더러,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들이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으로 아빠는 참다가 화를 내는 것이다.

 

외향형 아내와 내향형 남편의 차이점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아빠의 요구와 기대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들은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아빠를 피하고 싶은 애들은 인사도 잘 하지 않는다. 남편은 질서가 있고 근면 절약하는 생활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아내와 아이들은 그 반대 기질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어느 한계에 이를 때까지 주변이 어질러져도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오히려 어질러진 상태에서 창조성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편은 내향형이고, 아내는 외향형이라서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크게 난다. 외향형인 아내는 같은 유형인 자녀가 이해가 잘 된다. 밖에서 모든 에너지를 사용하고, 집에 와서는 지쳐서 쓰러지기 일쑤인 자녀들이 말이다. 그러나 내향형인 아빠는 집에서 지쳐 쓰러져 있는 아이를 ‘병든 닭’의 모습으로 표현하며 아주 싫어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는 내 아이들

내향형이고, 반듯한 남편이 자기의 관점으로 정반대인 이들을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편은 애들이 잘못되어 가고 있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 보이고, 또한 아내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해 우울한 처지에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꾸준히 남편은 평소에 자기의 생각을 아내와 나누는 편이다. 그 내용은 주로 자녀들의 생활 태도, 소비 형태에 대한 불만이고, 아내는 그런 아이들을 내버려 두라며 두둔하는 식이었다. 집안에 평화는 사라졌고, 부부관계 역시 소원해져만 갔다. 불만이 있는 곳에 무슨 평화가 있겠는가? 아이들은 어느덧 아빠의 상태를 살피며 눈치를 보게 되었고, 불안이 그들 안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변화는 속마음을 알고 나서부터

이러했던 부부가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외향형과 내향형이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는지, 다름이 어떻게 보완적일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말에 상당히 영향을 입는 것을 알아차렸고, 남편을 소외시키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 깊숙이 숨어 있던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발견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행복을 간절히 추구하면서 동시에 좌절하고 있었다. 그동안 거의 표현하지 않았던 속마음을 나누면서 부부는 점점 더 가까워져 갔다. 남편은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으며, 얼굴이 환해졌다. 도저히 올 것 같지 않은 행복의 기미가 그들 옆에 성큼 다가선 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