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마른 사람들은 왜 화를 잘 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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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마른 사람들은 왜 화를 잘 낼까?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2.12.0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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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 예현숙 박사

 

 

최근에야 주위에 성마른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성마르다’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참을성이 없고 성질이 조급하다.”입니다.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요. 성마른 사람을 일반적으로 까칠한 사람과 동의어로 보기도 하는 거 같지만 사실 다릅니다.

 

 

성마른 사람들이 좌절감도 많이 겪는다

까칠한 성격 역시 성마른 모습을 지니고 있을 수는 있겠지요. 성마른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가 생기면 그것이 빨리 이뤄지길 원하고, 그렇지 않으면 좌절을 느끼며 화를 냅니다. 성마른 사람들이 가정에서 화를 잘 내는 까닭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최근에 제가 만난 몇몇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그런가 하면 반대의 사람도 있습니다. 배우자와 맞지 않을 때 실망을 하면서도 화를 내는 대신 잘 견디는 사람 말입니다. 제가 만난 그 남자분(50대 말)은 보기 드문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갈등 상황인데도 목소리 톤을 거의 높이지 않습니다. 아내와 마찰이 일어나니까 자리를 피해서 밖으로 나간 후, 담배 피우면서 자신의 실망감을 다스립니다.

성마른 사람들은 배우자와 이야기 도중, 자기 생각과 다른 대목에 이르러서는 크게 답답해하면서 점점 목소리 톤이 흥분하여 올라갑니다. 상담 중에도 말이 거칠어지고, 심지어 테이블을 치려고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성마른 사람이 바로 화를 쉽게 내는 건 현재 좌절감으로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좌절감을 많이 겪는 분들은 우울감이 있기 쉽습니다.

 

 

마음속에 쌓여가는 불만

한 예를 들자면, 집안이 정리 정돈이 되고, 깨끗하게 유지돼야 직성이 풀리는 어떤 50대 초반의 남편은 아내가 집안일을 자신의 기대만큼 잘하지 않아서 힘들어합니다. 자영업자인 그가 일을 마치고 초저녁에 집에 오면 설거지, 빨래, 청소가 그대로 밀려 있을 때가 많습니다. 아내는 남편처럼 성마른 성격이 아니고, 좀 느슨한 성격의 사람입니다. 남편은 그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하며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이 다 처리합니다.

매일 매일 그렇게 지내면서 마음속에 불만이 쌓였습니다. 자신이 처리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말합니다. 사실은 전혀 편하지 않고, 불만투성이인데 말입니다. 그가 집안일을 하는 건 어지러운 꼴을 못 보는 자기 마음을 즉각 만족시키려고 스스로 선택한 행동입니다.

 

 

가족과의 관계가 안 좋을 때는 나를 성찰해봐라

그분은 그 일로 아내에게 화를 내는 대신 자녀들에게 불같은 화를 표출하곤 합니다. 자녀들 역시 아빠 마음에 안 들기 때문입니다.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자녀들의 입장이나 아내의 입장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기대에 비추어 볼 때 자녀들은 공부보다 게임을 많이 하고, 아빠가 집에 들어와도 인사도 하지 않는 등 못마땅한 점이 많습니다. 점점 되풀이되는 화와 잔소리 때문에 그는 식구들이 피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가 느끼는 소외감과 부정적인 정서는 가정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분에게 당신이 얼마나 불만이 많은지를 알려주었습니다. 그러니 가족이 당신을 불편하게 여기고 당신을 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불만이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의 말과 행동에 그릇됨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다만 식구들이 가장인 자신의 말을 존중하지 않으므로 화를 내는 건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왜 식구들이 자신을 피하고 옆에 다가오고 싶어 하지 않는지 그 뻔한 이유를 몰랐던 겁니다. 그분은 요즘 자신을 성찰해 가는 중입니다.

 

 

성마른 사람 중 성실하고 경우가 바른 사람들이 많다

제가 보기에 성마른 사람은 대체로 성실하고 행동이 빠르며 경우가 올바른 사람이 많은 거 같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행동이 굼떠도 힘들어하고, 자신이 상대에게 조금 억울함을 당해도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성마른 사람은 자신의 기대와 욕구 상태를 자각하고 행동해야 화내는 일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나의 상태를 자각하는 건 나를 아는 일입니다. 나를 알게 되면 나를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말은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이기도 하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야 타인을 존중할 수 있게 됩니다. 오래 견딜 힘이 생기고, 나 자신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친절함과 동정을 베풀 수 있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