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밤에 짓다(寒夜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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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밤에 짓다(寒夜作)
  • 曠坡 先生
  • 승인 2022.12.0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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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밤에 짓다(寒夜作)

 

소성동상공(疏星凍霜空)/성긴 별은 서리 내리는 하늘에 얼어붙고

유월습림박(流月濕林薄)/흐르는 달빛 조요하게 숲으로 젖어드는데

허관인불면(虛館人不眠)/텅 빈 객사의 손님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시문일엽락(時聞一葉落)/시나브로 지는 낙엽 소리 들려오고 있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중국 원나라 때의 문사 게혜사(揭傒斯)의 시입니다. 국사원(國史院) 편수관을 지냈으며, 『금사(金史)』를 편찬하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시절, 하늘과 땅의 조화를 고적(孤寂)한 심상으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1·2구의 별과 달은 하늘을, 3·4구의 손님과 낙엽은 땅을 대변하는, 탄탄한 시적 관계망(關係網)으로 짜인 구성을 갖추고 있는 시입니다.

이 시는 선경후정(先景後情), 즉 먼저 경치를 읊고 나중에 시인의 감정을 묘사하는 한시의 전통작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1구의 ‘성긴 별’과 3구의 ‘텅 빈 객사’의 허허로운 공간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2구의 ‘흐르는 달빛’과 4구의 ‘시나브로 지는 낙엽’이 어우러져, 함축적인 시적 이미지를 발현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