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산(入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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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入山)
  • 曠坡 先生
  • 승인 2022.11.25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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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산(入山)

 

단풍천수우만수(丹楓千樹又萬樹)/천 구루 만 그루 온통 단풍나무뿐

아행유유수석간(我行悠悠水石間)/나는 아득한 물과 돌 사이를 가네

부지천중백운기(不知天中白雲起)/하늘에 흰구름 이는지 알지 못하고

각의산상갱유산(却疑山上更有山)/산 위에 또 산이 있는 줄만 알았다

 

*단풍의 붉은 기운에 취해

조선 숙종 때의 문신 조관빈(趙觀彬)의 시입니다.

가을이 깊어가는 걸 산속의 나무들이 먼저 알고 온산을 붉게 단풍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시인은 물을 건너 돌길을 돌아 점점 그윽한 산속으로 들어가면서 그 붉은 기운의 자연의 취해 무아지경이 이릅니다. 문득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흰 구름이 하늘과 땅 사이에 걸쳐 마치 산 위에 또 산이 있는 듯 보입니다.

시인은 전혀 기교를 부리지 않고 산속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보이는 풍경을 스케치하듯 그대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를 읽는 사람에게는 마치 한 폭의 그림이 눈앞에 보이는 듯합니다.

‘무기교(無技巧)의 기교’를 이 시에서 봅니다. 애써 기교를 부리고 꾸미기는 오히려 쉽습니다. 기교를 부리지 않는 듯하면서 절묘하게 자연을 표현해내는 능력이야말로 시인의 범상치 않은 심상을 느끼게 합니다. 어느 사이 온산을 뒤덮은 단풍이 시인의 가슴으로 들어와, 마음을 가을의 붉은 기운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