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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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은 있다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2.11.23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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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학창시절 국어 선생님이 좋으면 국어 과목도 덩달아 좋아지곤 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은 바로 좋은 스승이란 그런 관계에서 생겨난다고 말한다.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좋은 스승이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런 지식이 없더라도 제자와의 특별한 관계에서 훌륭한 스승이 생긴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제관계의 시작은 어떤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에 의해서 시작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어떤 착시나 오해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그 선생님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을 나만 안다고 생각하는 오해에서 사제관계는 시작된다는 것이다.

배움이란 것은 가르치는 자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우는 자에 의해 좌우된다.

저자인 우치다 타츠루는 한국교육의 현실에 대해서도 말한다.

한국의 아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데 그 목표가 일류대학, 높은 월급, 큰 권력 같은 것이 목표라면 그건 인생의 성숙과는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여섯 살 아이들도 다 아는 것인데, 어른이란 아이가 모르는 가치를 아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걸 인생의 목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나이가 환갑을 넘었어도 그건 아이다.

선생과 제자의 관계는 작품과 예술가의 관계와도 비슷하다. 위대한 작품은 의도하고 고민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인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듯이 훌륭한 스승도 실력이 좋거나 학생을 존중해 주는 것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잘 알 수 없는 그저 수수께끼 같은 상태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중국 장량과 그의 스승 황석공의 일화를 소개한다.

황석공이 말 위에서 신발을 떨어뜨리는, 아무것도 아닌 행위에서 장량은 심오한 병법을 터득하게 되는 일화가 바로 그러한 대표적인 예다. 규칙을 모르고 하는 게임 중에 규칙을 발견한다는 역설에서 스승과 제자의 경이로움이 있다고 말한다.

결국, 우연히 자신과 소통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나 어떤 깨우침에 이른다면 그때 만난 그분의 바로 훌륭한 스승이라는 것이다.

살아온 삶을 돌이켜보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가 가는 말이다.

논어에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는 말도 바로 그런 뜻일 것이다.

그렇다. 스승은 어디에도 없지만 살펴보면 곳곳에 있는 것, 그게 바로 우리 삶에 있어서 스승이다.

 

스승은 있다/우치다 다츠루/민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