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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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山行)
  • 曠坡 先生
  • 승인 2022.11.1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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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적셔주는 한시 한 수

                               산행(山行)

 

원상한산석경사(遠上寒山石徑斜)/멀리 쓸쓸한 산 위 경사진 자갈길

백운생처유인가(白雲生處有人家)/흰 구름 이는 곳에 인가가 있는데

정거좌애풍림만(停車坐愛楓林晩)/수레 멈추니 단풍 진 숲 너무 좋아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서리 내린 잎 봄꽃보다 더 붉구나

 

*마음의 감옥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두목(杜牧)의 시입니다.

시인의 시선은 자동카메라의 앵글처럼 멀리서 가까운 곳으로 줌업이 되면서 가을 단풍의 절경을 사진처럼 잡아내고 있습니다. 2구의 ‘백운(白雲)’과 4구의 ‘상엽(霜葉)’이 색채로 대응 구도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2월에 피는 꽃보다 더 붉은 단풍이 시인의 눈을 붙잡고 도무지 놓아주질 않습니다.

이처럼 시인에게 있어서 아름다운 풍경은 마음의 감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절로 수레를 멈추게 하고, 한 자리에 발을 묶어 꼼짝 못 하게 만듭니다. 그런 마음의 감옥에도 붉은 단풍처럼 환하게 불이 켜지는 만추의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