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탕 게임"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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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탕 게임"을 아시나요
  • 박인철 기자
  • 승인 2022.10.31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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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기 어린이 연극잔치 참여기(1)

 

지난 10월 29일 토요일에 서울노원초등학교에서는 서울경기어린이 연극잔치가 열렸습니다. 11월10일 목요일까지는 온라인(유튜브)으로도 순차적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기자가 참여한 작품부터 차례로 그 내용과 분위기를 전해 보려고 합니다. 처음으로 백희나 작가의 인기 그림책 장수탕 선녀님을 무용극형식(?)으로 각색한 <장수탕(선녀님) 게임>을  소개합니다.  한판 굿처럼 향을 피우고 목탁소리,징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어린이 연극 <장수탕 게임>을 보고 황당해 하신 분들을 위한 '사후 보상문' 형식으로 썼습니다. 

 

1 <관객 모독>

 작품의 시작이 제가 태어나던 해네요 (이건 무슨 우연의 일치일른지). 우리나라에선 1978년 초연된 이래 올해에도 공연된 작품이에요. 작가는 페테 한트케. 독일인이고 노벨문학상도 수상했네요. 제가 들어 본 그의 작품(시나리오)은 영화화한 <베를린 천사의 시> 입니다. 전통극형식에 대항하는 파격적인 문학관 때문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그 후 매 발표작(소설 등)마다 화제를 뿌리는 독창적이고 새로운 형식을 고안했다네요. 

 <관객 모독>은 그의 첫 희곡인데, 욕설과 낯선 말투 그리고 관객에게 물을 뿌리는 등 모독적인 행위로 공연이 채워진답니다. 관객들은 모독행위를 당하러 가는 것이죠. 그것도 돈 내고. 이해할 수 없는 이 관람행동을 굳이 이해해 보자면, 모독을 즐기는 피학증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어떤 새로움과 충격적 자극 때문이라고 해야겠죠. 어쨌거나 이 자극이 30여 년을 진화하며 요즘까지 이어진 것을 보면 관객들이 물벼락을 맞으면서까지 원하는 것은 신선함과 새로움이라는 충격이고 그걸 우리는 예술이라고 하지요. 이렇게 장황하게 연극계의 명작을 들먹이는 이유는 제 방패로 삼았다가 무기로 벼르기 위함입니다. <장수탕 게임>의 예술성을 혹시 무시하거나 놓치지 마시라는 말씀.ㅋㅋ

 

2. 관객 추궁

자, 그럼 각오하십시오. <장수탕 게임>이 백희나의 그림책 <장수탕 선녀님>을 원작으로 한다는 것은 다 아시죠? 모두 읽어보셨고요? 좋습니다. (헐~ 아직 모르시는 분이 있다면......  그런 분들을 위해 다음 공연엔 해설을 길게 덧붙이기로 ㅠㅠ) 그렇다면 본격적 추궁. 첫째, 장수탕의 배경은 남탕일까요, 여탕일까요? 네, 여탕입니다. 우리나라 어린이 문학사상 최초로 여탕 목욕탕을, 그것도 커다란 그림책으로 활짝 열어제낀 작품입니다. 주인공은 모두? 여자죠. 혹시 뭐 다른 걸 기대하시지 않았죠?ㅋㅋ 둘째, 장수탕에 가는 덕지의 마음을 헤아리셨나요? 새로 생긴 스파랜드 대신 심심한 장수탕에 가서, 엄마의 걱정인지 호통을 의식하고 혼자 놀아야 했던 덕지에게 저주처럼 감기와 사고가 언제라도 발목을 잡아채는 불안한 상황을 느끼셨나요? (아마도 목욕 요금 문제로) 매표소 할머니의 매와 같은 의심의 눈초리와 엄마의 뻔뻔함은 얼마나 덕지를 주눅들게 했을까요? 셋째, 이런 마음을 몰라주고 '어, 저게 뭐야 흉칙해.' 하거나 '엥, 뭔지도 모르겠구만 벌써 끝났어?' 해버리면 무대 위의 배우들은 어떤 심정인지 아시나요? 마치 감기에 걸린 덕지 꼴이 된 게 느껴지시나요? 맞아요. 고무줄에 걸린 아이처럼 무안해집니다. 저주에 걸린 주인공처럼 안타깝습니다. 

 

3. 관객 축복

 바로 이런 우울한 순간에 선녀님이 필요한 거죠. "깊은 산 폭포 아래 선녀탕"(공연 중에 울려퍼진 이 노래 소리를 기억하는 자에게 축복 있으라!)에 목욕하러 왔다가 날개옷을 잃어버린 채 할머니가 된 선녀님이 기다렸다는 듯 덕지와 친구가 됩니다. "우아"하게 몸 펼치고 헤엄칩니다. (조각난 할머니의 몸조각이 둥둥 떠다니다가 합체하는 모습에 기겁 대신 환호하고 열광한 이에게 축복 있으라!) 그런 할머니에게 제 살을 데우고 살갗을 (비록 때이지만) 벗겨내는 아픔을 인내하여 요구릉을 얻어 바치는 덕지. 관객들은 그 요구릉을 함께 얻어 마셨으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그러나 저주의 악령은 그리 쉽게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달콤한 순간을 노렸다가 때가 되면 덮치는 법. 열병으로 오한으로 몸살과 콧물, 두통을 앓게 됩니다. 병과 약속, 아픔과 괴로움으로 참여하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원망하고 비난하고 속상해 하면 나에게도 병이 전염됩니다. 춘천 중앙초의 어린이도 노원초의 어린이도 그렇게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다른 학교에도 그런 어린이가 있을 겁니다. 홍릉초 연극반은 전체가 다같이 오지 못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땜질하고 보충하고 생략하면서 공연을 마친 모든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축복을! 

 덕지도 할머니의 축복을 받아 회생하였습니다. 노원초의 연극은 한판 비나리 굿판입니다. 약하고 힘겨운 이들, 그들에게 위로와 기운을 복돋워 주는 춤사위와 몸짓이 있는 무용극입니다. 그러므로 말보다 이야기 보다는 중얼중얼 주문과 노래와 힘겨루기와 거울놀이와 징과 장구가 휘몰아치는 한판 액땜 굿거리였습니다. 이제야 감격하여 울컥 두 손 합장하시는 이에게 축복을! 모두에게 비나이다.

 

4. 참고로 노랫말 보내니 영상 보실 적에 활용하시길.

♥ 선녀님 등장 노래('우리모두 다같이 손뼉을' 노래 개사했어요)

 1절: 깊은 산 폭포 아래 선녀탕

 2절: 깊은 산 폭포 이래 선녀님의 날개옷(어디갔지?)

 

★ 꼬마야 꼬마야 긴줄넘기 노래

꼬마야 꼬마야 감기에 걸릴라

꼬마야 꼬마야 넘어질라 다칠라

꼬마야 꼬마야 물 먹을라 빠질라

꼬마야 꼬마야 잘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