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내에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갈등을 해결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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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내에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갈등을 해결하려면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2.10.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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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 예현숙 박사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이 내외적인 이유로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사람들 역시 팍팍해진 삶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커서 술, 담배 소비량이 늘었다는 뉴스를 듣는다. 사는 문제로 스트레스를 크게 받아도 영속적인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가족관계 안에서 같은 패턴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갈등은 우리를 괴롭히는 영속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가까운 사람과의 지속적 마찰은 정신과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이런 갈등은 웬만해서는 해결점을 찾기 힘들다. 첨예한 대립은 스트레스가 만성적으로 쌓이게 된다. 사는 게 재미없어지며 무기력함을 느끼게 된다. 무력감이나 자책감과 함께 상대를 향한 원망과 불만이 생기고, 깊은 스트레스 속에 갇히게 된다. 이쯤 되면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기 쉽다.

가까운 사람과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정신과 에너지를 갉아먹는다. 한 예화를 들어보자. 한 40대 후반의 아빠는 고등학교 자녀와 갈등을 겪으면서 심한 스트레스로 고생하고 있다. 그는 아들이 눈 동그랗게 뜨고 대드는 무례한 태도에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원리, 원칙적인 아빠는 자녀의 태도를 교정하려고 시도하다가 사사건건 부딪친다. 자녀의 반항적인 모습에 격앙되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세까지 겪고 있다. 아들이 보는 아빠는 어떤 아빠일까? 늘 옳은 소리만 해대고 내 마음을 전혀 알아주지 않는 고지식하고 따분한 가부장적인 아빠이다. 아들은 있는 힘을 다해 이런 아빠에게 저항하고 있다. 아들은 이런 아빠의 충고를 받아들일 자세가 없어 보인다.

 

자녀를 힘으로 제압하지 말아라

이렇게 자녀와 아빠 사이의 갈등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아빠는 자녀가 말을 정 안 들으면 힘으로 제압하겠다고 한다. 그 시도는 자녀와의 친밀한 관계가 깨지는 위험이 있고, 아빠가 원하는 훈육은 멈추게 될 것이다. 나는 자녀에게 옳은 지침을 내리기 전에 자녀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지시하는 것보다 아빠가 손수 모델링을 해 주는 것은 어떤가. 여기에는 자녀에 대한 믿음과 기다려주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 믿음과 기대를 받은 자녀는 거기에 보답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게 된다.

당장에 자식이 하는 행동을 수정하려고 하다 보면 부모 뜻대로 잘 안 되어 불만이 앞서게 되고, 자식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잃어버리게 된다. 자식을 위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불안을 투사하는 것이다.

 

부모에게 대들 만큼 성장한 자녀

자녀는 방과 책상이 아무리 지저분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 성격이고, 아빠는 정리 정돈되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아빠는 자녀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책상 정리할 것을 계속 요구한다. 자녀는 자기를 이해하지 않는 아빠의 말을 듣기 싫어하고, 아빠는 자신을 무시하는 자녀에게 불만이 쌓인다. 악순환이다. 어떻게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스트레스를 다룰 만한 상황으로 만들 수 있을까?

아빠가 더 여유롭게 행동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녀가 아빠에게 대들 만큼 성장한 점을 인정해 주는 여유 말이다. 아빠는 자녀가 어떤 아빠를 기대하는지 마음을 열고 자녀 편에서 자신을 평가하는 일이 필요하다. 아빠의 가치관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대신, 자녀의 생각을 존중하며 아빠의 생각을 나눈다면 훨씬 편안하고 좋은 관계가 펼쳐질 것이다.

 

내 자녀도 나와 다른 성격의 소유자다

위 예에서 보듯이 내 생각이 옳고, 너는 틀리다고 고집하게 되면 평화는 사라지게 된다. 상대는 비록 내 자녀라 할지라도 나와 다른 성격의 소유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와 아무리 닮았어도 내 소유물이 아니다. 내 마음대로 명령하고, 조정하고 할 대상이 아니다. 더군다나 내 욕구를 대리 만족시킬 대상도 아니다.

이런 태도는 부부 사이도 마찬가지이다. 배우자 역시 나하고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한, 스트레스가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다룰 수 있는 정도가 될 것이다. 스트레스는 나의 관점에 따라 조정 가능한 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