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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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2.10.1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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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 예현숙 박사

 

최근에 만난 사람 중에 남편을 불신하면서 괴로워하는 여성이 있었다. 그 여성의 호소내용

을 들어보니 그녀가 충분히 고통받을 만했다. 그래서 많이 공감하면서 그녀를 지지하였다. 그 뒤 남편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내가 많이 오해하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생산적? 파괴적? 삭막한 관계?

부부들에게 오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어떤 관점으로 상대를 바라보느냐가 참으로 중요하다. 어떤 부부는 건강하고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가 하면, 그 반대로 파괴적으로 관계를 이끌어서 어려움을 겪는 부부도 있다. 우리 부부는 어디에 속할까? 생산적인가? 파괴적인가? 아니면 그저 어쩌지 못해 살아가는 삭막한 관계인가?

이왕이면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는 것이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생산적인 관계라고 해서 싸우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생산적인 부부는 오해가 생겨 싸우더라도 화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면서 싸운다. 소리 지르며 핏대를 올리기도 하지만 욕설을 하거나 상대의 아킬레

스건 부분을 건드리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상대를 향한 이해와 공감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걸핏하면 오해를 많이 하는 사람은 상대에 대한 이해심과 공감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상대에 대해 자기 관점으로 보고 오해를 쌓는 것이다.

 

 우리 결혼은 잘못되었어!

한번은 오랫동안 오해 속에 삭막한 관계를 유지하며 괴로워하던 40대 중반의 부부를 만났다. 그들은 각자 ‘이 결혼생활은 아니야!’, ‘우리 결혼은 잘못되었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행스럽게 자신들의 관계를 풀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에 있었다. 그들은 각자 나는 상대를 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내가 이해하고 있는 배우자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런 위태로운 상황에 있었지만, 상담자의 중재를 통해서 서로의 마음을 듣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깊은 대화를 통해서 내가 상대를 잘 모르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만 상대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도 나로 인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상대를 제대로 바라보기

그들 부부는 마침내 오해를 풀고 화해하였다. 내 관점으로 상대를 바라보니 온통 서운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그렇게나 많은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시선이 좁아져서 상대를 제대로 볼 수가 없어진다. 이 서운한 것들은 상대의 좋은 점들까지 다 삼켜버린다. 장점이나 고마운 일은 서운한 감정 속에 다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

주로 자신의 결핍을 상대에게서 채우려는 기대심리가 작동해서 좀처럼 상대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현상이 생긴다. 더구나 배우자를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은 끊임없이 배우자의 모든 행동을 의심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를 파괴적인 상태로 몰고 간다. 일부는 편집증 환자처럼 망상 수준에 가까운 오해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상대를 향해 의심하는 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질문하는 사람도 있다.

 

 상대의 깊은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보자

나를 돌아본다는 것은 건강한 사고체계를 가진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게서 생산적인 싹이 보인다. 나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상대가 문제라고 하는 사람들은 둘 사이의 격차를 좁히기가 힘들다. 이런 사람은 끊임없이 자기 생각을 상대에게 투사하면서 자신과 상대를 망친다. 하지만 상대의 깊은 마음을 듣게 되면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닫게 되고, 상대에 대한 오해를 거두게 된다. 이때 순식간에 부부 사이의 장벽이 사라지게 된다.

오해로 갈등이 생겼을 때 ‘내가 뭐 잘못한 것은 없을까?’에 집중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 상

대만 겨냥할 일이 아니다. 그럴 때 내면에서 들려오는 올바른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이런 사람은 대화로 오해를 풀 수 있는 저력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