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발견(偶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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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발견(偶見)
  • 曠坡 先生
  • 승인 2022.09.1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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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한 발견(偶見)

 

운거산색청(雲去山色靑)/구름이 흘러가니 산색이 푸르르고

운주산색백(雲住山色白)/구름이 머무르니 산이 흰빛이로세

거주운부지(去住雲不知)/가고 머무르는 것 구름은 모르는데

공산자성색(空山自成色)/빈산이 스스로 색깔을 바꾸는구나

 

 

*자연에 비치는 인생의 빛깔

중국 청나라 때의 문신 왕문청(王文淸)의 시입니다.

구름이 움직이면서 산색이 변하는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즉 구름은 저 스스로 가고 머무르는 것도 알지 못하는데, 산은 스스로 산색을 바꾼다는 표현으로 인하여, 졸지에 산은 능동태이고 구름은 수동태인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습니다.

이 시의 절묘함은 바로 역설적인 표현을 통하여 인생의 깊이를 깨닫게 해주는 데 있습니다. 여기서 ‘구름’은 흘러가는 ‘인생’의 의인화입니다. 우리 인생 또한 구름처럼 저 스스로 가고 머무는데 사실은 그런 흐름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곳에 머물러 있는 산은 저 스스로 색깔을 바꿉니다. 실상 산은 푸른색으로 구름이 머물 때는 가려져 흰색이었다가 흘러가고 나면 원래의 색으로 돌아오는데, 시인은 일부러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억지가 아니라 진실로 느껴지는 것은, 이 시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자 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시에서 구름이 ‘인생’을 의미한다면, 산은 ‘자연’을 뜻합니다. 인생은 가고 머물며 수시로 변하지만, 자연은 옛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볼 때마다 자연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구름의 흐름에 따라 산색이 푸르렀다가 흰색으로 변하는 것은, ‘자연’이란 거울에 비치는 인생의 빛깔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