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각(水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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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각(水閣)
  • 曠坡 先生
  • 승인 2022.07.05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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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향기 짙은 여름날의 정경

                        수각(水閣)

 

탁족임천간(濯足林泉間)/수풀 사이 샘에서 발을 씻고서

유연와백석(悠然臥白石)/흰 바위 위에 편안하게 누웠네

몽경유조성(夢驚幽鳥聲)/새소리에 문득 꿈에서 깨어보니

세우전산석(細雨前山夕)/가랑비에 앞산이 저물고 있네

 

 

*탁족의 즐거움

조선 경종 때의 문인으로 알려진 임황(任璜)의 시인데, 한여름 깊은 산속의 한가로운 일상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는 나무 그늘에서 탁족을 하고 널따란 바위에 누워 잠을 자고 싶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늘 어디론가 떠나기를 꿈꾸고, 속세를 벗어나 숲속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고 싶어 합니다.

이 시를 읽으면 저절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탁족을 하고 바위 위에 편히 누운 시인이나 새소리, 가랑비는 같은 자연의 일부일 뿐입니다. 속세의 인간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자연의 숨소리를 들으며 시간조차 잊고 있습니다. 시간을 다투는 것은 사람뿐인 것 같습니다. 자연은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그렇게 따를 뿐입니다. 자연 속에 있으니 사람도 잠깐 꿈에 저녁을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