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암탉 한 마리로 부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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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암탉 한 마리로 부자가 되다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2.07.01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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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산골 마을에 황 부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솔개가 날아와 황 부잣집 안마당에서 놀던 씨암탉 한 마리를 물고 멀리 산 너머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허허, 솔개가 닭을 물고 가버렸구나!”

황 부자는 먼 하늘을 쳐다보며 너털웃음을 웃었습니다.

“아버지! 저건 우리 집 씨암탉이란 말예요. 아까운 씨암탉을 잃어버렸는데, 이 마당에 웃음이 나오세요?”

옆에 있던 황 부자의 아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이미 솔개가 물어가 버린 걸 낸들 어떡하니? 남아 있는 닭이나 잘 기르도록 하자.”

“애지중지하던 씨암탉인데…….”

“허어, 씨암탉이야 다시 병아리를 키워 만들면 되는 게지 뭔 걱정이냐?”

황 부자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사랑채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각에 산 너머 마을에 사는 가난뱅이 김 서방네 집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웬 솔개가 씨암탉을 안마당에 내려놓고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우와! 닭이다. 저걸 잡아먹으면 참 맛있겠다, 그치?”

김 서방의 자식들이 씨암탉을 먼저 발견하고 소리쳤습니다. 가난뱅이 집에 자식만 주렁주렁 매달려 일곱 남매나 되었습니다. 그들은 씨암탉은 보자 침부터 꿀꺽꿀꺽 삼켰습니다.

“아니, 그 씨암탉은 산 너머 황 부자 집의 닭이 아니냐?”

가끔 황 부자 집 일을 도와준 적이 있는 김 서방은 그 씨암탉의 모습을 보고 금세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렸습니다.

“방금 솔개가 물어다 줬는데, 황 부자가 알게 뭐예요.”

김 서방의 자식들은 닭을 잡아 오랜만에 포식 한번 해보자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아니다. 이미 주인을 알고 있는데 함부로 잡아먹는 것은 도둑들이나 하는 짓이다. 내가 지금 황 부자 집에 갖다 줘야겠다.”

그 즉시 김 서방은 자식들의 손에서 씨암탉을 빼앗아서 황 부자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아니, 김 서방이 웬일인가?”

황 부자가 물었습니다.

“이 씨암탉은 영감님이 기르던 닭인데 솔개가 물어다 우리 집 안마당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래서 되돌려 드리려고 가지고 왔습니다.”

김 서방이 손에 들고 있던 씨암탉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나 황 부자는 씨암탉을 자세히 보려고도 하지 않고 먼 산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것은 내 씨암탉이 아닐세. 이미 한낮에 우리 집 안마당에서 솔개가 물어갔으니 그때는 솔개의 것이었고, 이제는 그 솔개가 자네 집 안마당에 내려놓았으니 자네의 것이 되었네.”

그때 황 부자의 아들이 나타나 김 서방에게서 씨암탉을 받으려 하였습니다.

“아버지! 아무리 솔개가 물어갔어도 이 씨암탉은 우리 것이 맞아요. 결국, 솔개가 훔쳐간 거잖아요.”

“이노옴! 솔개가 아무리 미물이라 하나 다 뜻이 있어 그리 한 일이 아니겠느냐? 이제 이 씨암탉의 진짜 주인은 김 서방이니라.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라고 했네. 부자란 바로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떼어놓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천 리 길을 가게 되는 것일세. 자네 손에 들린 그 씨암탉이 바로 천 리 길을 가는 자네의 첫발자국이 되길 바라네.”

황 부자는 사실 김 서방의 진실한 마음에 감동하여 씨암탉을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곁에 서 있는 아들에게도 들으라고 김 서방에게 애써 부자가 되는 길을 일러 주었던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김 서방은 자식들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씨암탉을 잡아먹지 않았습니다. 그는 황 부자가 일러준 대로 부자가 되는 길을 실천에 옮기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김 서방은 씨암탉을 길러 달걀을 낳게 하였고, 그 달걀을 모아두었다가 이듬해 봄에 병아리를 까게 하였습니다. 그 병아리들을 잘 키워 장에 내다 파니, 돼지 새끼 한 마리를 살 수 있었습니다. 돼지는 무럭무럭 자라 새끼를 두 배, 세 배 낳아 집안이 온통 꿀꿀대는 소리로 가득 차게 하였습니다. 그 돼지들을 여러 마리 팔아 암소를 사고, 그 암소로 서너 배 송아지를 낳게 하여 열심히 키웠습니다. 소 여러 마리는 목돈이 되었고, 그 돈으로 논밭을 살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씨암탉 한 마리로 시작한 김 서방네 재산은 날이 갈수록 불어나 번듯한 기와집도 짓고, 땅도 수만 평이 넘는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신명이 난 김 서방은 일곱 남매의 자식들과 함께 더욱 열심히 일하였습니다. 길거리에 떨어진 개똥, 쇠똥, 말똥 등 온갖 똥을 거둬 논밭에 거름으로 썼습니다. 그러자 논밭마다 대풍이 들어 해마다 수확이 늘었으며, 식구들이 먹고 남은 곡식을 팔아 계속 땅을 사들여 나중에는 만석 지기 부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옛날 산 너머 살던 황 부자에 비하면 김 서방은 그 몇 배에 달하는 큰 부자가 된 셈이었습니다. 그러나 소문을 들으니 황 부자가 죽고 나서 그 아들이 집안 살림을 맡았는데, 관리를 잘못하여 그 많은 재산을 모두 날려버렸다는 것입니다.

큰 부자가 되어서도 근검절약하는 김 서방이었지만, 그는 어느 날 큰마음을 먹고 마을 사람들을 다 불러 모아 성대한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큰 부자가 된 것은 솔개가 물어다 준 씨암탉 한 마리 때문이었습니다. 그 씨암탉은 원래 산 너머 마을 황 부자 영감님이 기르던 것이라 되돌려주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황 부자 영감님은 그 씨암탉을 받지 않고 다시 제게 주면서 잘 길러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이처럼 부자가 된 것은 모두 황 부자 영감님 덕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황 부자 영감님은 돌아가시고 안 계십니다. 그리고 그 아들은 재산을 잘 관리하지 못하여 집안이 망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여러분께 황 부자 영감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그 아들에게 제 재산의 반을 떼어주기로 약속하겠습니다.”

잔치 마당에 모인 마을 사람들은 모두 김 서방의 말에 감동하였습니다. 그가 이렇게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자기 뜻을 밝힌 것은 일곱 남매의 자식들에게 재산을 탐내지 못하게 하기 위한 작전이기도 하였습니다.

김 서방은 곧 큰 씨암탉 한 마리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땅문서의 반을 가지고 산 너머 마을에 사는 황 부자의 아들을 찾아갔습니다.

그동안 재산을 탕진하며 많은 인생 경험을 하였는지 황 부자의 아들은 아주 겸손하였습니다.

“은혜라니요? 뭐, 씨암탉 한 마리를 가지고 그러십니까? 그것도 우리가 준 것이 아니라 솔개가 물어다 준 것인데요.”

황 부자의 아들은 마치 옛날 아버지가 하던 말투를 닮아 있었던 것입니다.

“아닙니다. 옛날 황 부자 영감님께서 씨암탉을 주신 것은 보통 값진 선물이 아니었습니다. 영감님께서는 제게 씨암탉이 아니라 부자가 되는 길을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이 씨암탉은 옛날 그 씨암탉을 대신하여 본전으로 생각하시고, 이 땅문서는 그동안의 이자로 생각하고 부디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김 서방은 정말 간곡하게 말하였습니다. 그 진실한 마음을 알게 된 황 부자의 아들도 나중에는 흔쾌히 씨암탉과 땅문서를 받았습니다.

 

☞ 진실한 마음을 갖고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만이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부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자꾸만 남을 속이려고 들기 때문에, 그 사실이 곧 들통이 나서 결국 망하게 됩니다. 진실의 힘은 기적을 낳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