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읊다(詠花)
위문도화읍(爲問桃花泣)/물방울 영롱한 복숭아꽃에게 묻노니
여하세우중(如何細雨中)/어찌하여 가랑비 속에 울고 있는가
주인다병구(主人多病久)/주인이 오래도록 병으로 누워있으니
무의소춘풍(無意笑春風)/봄바람 불어와도 웃을 뜻이 없다네
*병적인 아픔
조선 인조 때의 문인 이행원(李行遠)의 시입니다.
봄에 피어나는 복숭아꽃은 그 붉은빛 도는 색감이 매우 도발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복숭아꽃을 ‘도화색(桃花色)'이라고 하여 매혹적이다 못해 색정적이기까지 한 여인에 비유하기도 하였습니다.
시인은 복숭아꽃이 가랑비에 젖어 영롱하게 빛나는 자태를 보며, 그 애처로움에서 ‘병적인 아픔’을 감지해 냅니다. 시적 감수성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처연하게 가랑비를 맞고 선 복숭아나무의 꽃(여인)을 의인화하여, 주인(사랑하는 사람)이 오랜 병고로 누워있는 까닭에 울고 있다고 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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